‘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빛난 경기였다. 이강인(21·마요르카)과 조규성(24·전북)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성과였다.
지난 24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H조 1차전은 0-0 무승부로 끝났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마스크 투혼’을 펼쳤다. 이달 초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지 3주 만에 치른 경기였다.
월드컵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인 손흥민은 이날 불편한 마스크를 쓰고도 그라운드를 누비며 우루과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후반 11분에는 상대 선수에게 오른발을 밟혀 신발이 벗겨지고 양말이 찢어졌다. 그래도 “괜찮다”며 다시 일어나 뛰었다.
시야를 가리는 마스크도 그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경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손흥민은 ‘마스크를 쓰고 뛰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나만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하는 걸 봤기 때문에 나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불편해도 나라를 위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볼 경합 과정에서 불편함은 없었냐’는 물음에는 “맞으면 맞는 거죠 뭐”라고 답하기도 했다. BBC는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 선수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뽑았다.
‘골든보이’ 이강인은 짧고 굵은 활약을 펼치며 인상적인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이강인은 최종 명단 발표 직전까지도 카타르행(行)이 불투명했다. 벤투 감독이 자신의 ‘빌드업 축구’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강인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라운드를 밟을 가능성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벤투는 예상을 깨고 교체 멤버로 이강인을 기용했다. 후반 30분 투입된 그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중원에서 활력을 더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기회가 날 때면 특유의 예상치 못한 몸동작과 날카로운 패스로 특급 조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강인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로서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못 뛸 때는 뛸 기회를 기다리며 열심히 해왔다”며 “월드컵 무대가 너무 재미있다. 선수로서 항상 경기 뛰고 싶고, 뛸 때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는 조규성이란 재목을 발견한 자리이기도 했다. 후반 30분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조규성은 곧바로 강력한 슈팅을 날리며 다소 느슨해진 경기에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경고를 받을 정도로 끈질긴 수비를 펼치며 근성을 보이기도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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