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낸 건보료 '줄줄'…사무장병원 과잉진료 단속 '고삐'

입력 2022-11-27 07:53   수정 2022-11-27 09:04


건강보험당국이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 등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단속에 더욱 고삐를 죄기로 했다. 자체 수사권을 확보하고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관련법의 국회 통과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27일 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불법개설기관 환수결정 및 징수현황'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22년 10월 말 현재까지 13년간 사무장병원 등이 과잉진료와 허위 부당 청구를 통해 타낸 요양급여액 중에서 환수를 결정한 금액은 3조1731억800만원(불법 개설기관 1670곳)에 달했다.

불법 개설기관별로 보면 요양병원 1조734억3700만원, 약국 5677억2000만원, 의원 4604억39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는 건강보험당국이 조사과정을 거쳐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드러나지 않은 불법 개설기관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불법 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비(非)의료인 또는 비(非)약사가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리거나 법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말한다.

사무장병원 등은 개설 자체가 불법이기에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진료비를 청구해 받아내다 적발되면 건보공단은 환수 절차를 밟게 된다.

건보공단이 실제 환수한 금액(징수율)은 미미하다. 지금까지 전체 평균 징수율은 올해 10월 31일 현재 6.79%로 환수금액으로는 2154억7700만원에 그쳤다. 징수하지 못한 금액은 2조9576억3100만원(미징수율 93.21%)에 이른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기관의 사회적 폐해는 심각하다. 과잉진료, 값싼 진료 등으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며, 의료인 간 경쟁을 유발해 의료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

불법 건축, 소방시설 미비, 과밀병상 운영, 신체 결박, 의약품 오남용, 일회용품 재사용, 불필요한 입원 등 돈이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 증대에 몰두하면서 환자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에는 소홀해 인명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 관계자는 "사무장병원 등은 안전과 건강은 뒷전인 채 국민이 낸 보험료를 눈먼 돈으로 인식, 보험재정 누수가 심각하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 보호를 위해 불법 개설기관 문제는 신속히 조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이런 사무장병원 등에 대처하고자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고삐를 더욱더 죄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기 재정 건전화 계획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26년까지 불법개설 의심 요양기관에 대한 행정조사를 확대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건보공단은 특히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자체 수사권을 확보하고자 특사경 관련법의 국회 통과에 힘쓰고 있다. 특사경은 특수한 분야의 범죄에 대해 통신사실 조회와 압수수색, 출국 금지 등 경찰과 같은 강제 수사권을 지니고 수사하는 행정공무원을 말한다.

건보공단은 그간 불법 개설기관으로 의심돼 현장 조사에 나서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계좌추적이나 관련자 직접 조사를 할 수 없어 혐의 입증에 애로를 겪었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건보공단 임직원이 특사경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입법화에 노력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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