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뒀던 청약통장 빛 본다…'공급가뭄' 서울에 분양 단비

입력 2022-11-27 17:01   수정 2022-12-05 16:48


지난 2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구입자금보증 지원 대상을 분양가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중도금 대출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어서 자금력이 낮은 대부분의 청약 대기자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등 핵심 입지에서는 소형 면적(전용 59㎡)도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청약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때마침 ‘공급 가뭄’을 겪던 서울에서 다음달 청약 물량이 대거 나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아껴뒀던 청약통장을 꺼낼 것도 검토할 때”라고 조언한다.
대출 완화 첫 수혜 단지 된 둔촌·장위
일반분양을 통한 현금 수입이 절실한 조합과 사공사가 중도금 대출 완화를 반기고 있다. 대출 가능선이 높아지면 청약 수요자가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신규 분양뿐만 아니라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분양가가 12억원 이하라면 향후 돌아오는 중도금 회차분에 대해서는 보증을 이용할 수 있다. 당장 혜택을 보는 단지도 적지 않다. 서울 중랑구 중화1구역을 재개발한 7호선 중화역 역세권 대단지 ‘리버센SK뷰 롯데캐슬’은 전용면적 84㎡형의 분양가가 9억4300만원 선이다. 종전 잣대로는 안 됐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가 당초 내년 1월이었던 중도금 대출 완화 시기를 이달로 앞당겨준 데는 연말에 대기 중인 수도권 단지가 적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성북구 장위4구역 재개발(장위자이레디언트) 사업 등이 각각 다음달 5일과 6일 청약 일정에 들어간다. 두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만 6000여 가구(둔촌주공 4786가구, 장위4구역 1330가구)에 달한다. 확정된 분양가로 계산해보면 둔촌주공은 전용 59㎡까지, 장위자이는 전용 97㎡까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둔촌은 서울 전역에서 59㎡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등 최소 6만 개 이상의 청약통장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장위자이도 강북이 생활권역인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전용 84㎡가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금리 부담이 높아졌지만 맞벌이 가구의 경우 중도금 대출만 열어줘도 입주 때까지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몸 푸는 청약 대기자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수(청약예금과 부금 제외)는 389만 명에 달한다. 박 대표는 “이 가운데 실제로 청약에 나설 수 있는 실수요자는 2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청약 통장을 아껴놓고 있는 무주택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때마침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재건축 조합이 내년에 더 오를 수 있는 공사비와 사업비 조달 금리를 고려해 분양 일정을 연말로 앞당기고 있다. 경기 광명시 철산주공 8·9단지(철산자이더헤리티지)는 광명시로부터 분양가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단계다. 조합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분양가는 3.3㎡당 2800만~2900만원 선에 매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분양가 9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전용 84㎡는 물론 대형인 전용 114㎡도 일부 고층을 제외하고는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진다. 일반분양 물량만 1631가구에 달해 중·대형 면적까지 고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와 함께 강동구 강동헤리티지자이, 동대문구 휘경자이디센시아, 영등포자이디그니티 등도 입지 조건이 좋아 청약을 노려볼 만하다. 이 단지들은 분양가가 아직 산정되지 않은 상태다.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볼 때 3.3㎡당 분양가는 3000만원대 후반~4000만원대 초반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 중도금 대출 대상은 전용 59㎡ 이하가 될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청약시장 경쟁률이 낮아지고 청약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건 단지가 많아지면서 가점이 낮은 젊은 층 청약통장 소지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내년에는 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분양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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