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기획사부터 배달 대행, 뷰티숍 예약, 대체불가능토큰(NFT)까지…. 각 분야 1위 스타트업들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감원과 경영권 매각, 폐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돈줄이 얼어붙으면서 몸값이 급락하고, 기업공개(IPO)가 막힌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자 가장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던 각 분야 1위 업체부터 무너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2~3년간 플랫폼 경제 호황과 유동성에 기대어 잘나가다가 투자 시장이 꺾이자 무리한 외형 확장, 경쟁 과열, 취약한 수익성, 사내 갈등 등 수면 아래 있던 문제점이 한꺼번에 불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판매 및 출판 사업은 외부 제휴로 돌린다. 대신 지식재산권(IP)이 있는 콘텐츠 제작, 크리에이터 IP 사업, 메타버스 게임 및 암호화폐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트레져헌터, 다이아TV와 함께 국내 MCN업계 빅3로 꼽힌다. 구글 출신인 이필성 대표가 게임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로 활동 중인 나희선 씨를 영입해 2014년 설립했다. 개그맨 유병재, 게임방송인 김성회, 경제유튜버 슈카 등 유명 크리에이터를 영입했고 그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1137억원)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구글 광고 수익을 전부 크리에이터에게 주기로 하는 등 과도한 영입 경쟁을 벌이고 무리하게 커머스를 확장한 결과, 영업적자가 2020년 72억원에서 지난해 121억원으로 불어났다.
보험스타트업 보맵은 지난달 전략적 투자자로 나선 에즈금융서비스에 사실상 팔렸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48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직전의 630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토막 났다. 국내 배달 대행 매출 1위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자 매각 여부를 놓고 경영진과 주주, 채권단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내 1위 NFT 프로젝트로 꼽히던 메타콩즈도 수익성 악화와 경영진 간 법적 다툼으로 고전하고 있다.
서비스를 중단하는 스타트업도 속출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1세대 패션 쇼핑몰 ‘힙합퍼’를 비롯해 주부들의 필수 앱으로 불린 식품 정보 확인 플랫폼 ‘엄선’, 뷰티숍 및 피트니스센터 예약 결제 플랫폼 ‘라이픽’, 모바일 행동 분석 플랫폼 ‘유저해빗’, 미디어 스타트업 닷스페이스 등이 줄줄이 서비스를 접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협력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9월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최근 일부 재개했다.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공동대표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너무 빨리 성장한 기업이 그만큼 빠르게 기업가치가 내려가거나 망하는 길로 가는 것 같다”며 “돈 벌 수 있는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에게 집착한 회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 한파에 따른 긴축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기술 스타트업의 정리해고 상황을 보여주는 사이트인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올 4분기 글로벌 스타트업의 정리해고 규모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2분기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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