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물류 스타트업인 A사는 최근 퇴사한 한 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A사는 이 직원에게 연장근무 지시를 별도로 한 적이 없는데, 직원이 회사가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키는 바람에 자진 퇴사한 것이라고 고용센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자진 퇴사한 직원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회사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어겼다고 주장한 것 같다”며 “우리는 직원 10명 수준의 스타트업이라 이 직원의 실제 근로 시간을 증명할 자료를 제대로 모아놓지 못했다”고 했다. A사는 형사처벌은 면했지만, 퇴사한 직원에게 임금을 소급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더 큰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응하느라 준비하고 있던 서비스 출시 일정을 미뤄야만 했다.
탄력근로제 시행에 대한 질문에 면접에 참여한 6개 스타트업 모두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대표 선출 및 서면 합의’ 요건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타트업 대부분은 별도 서면 작업 없이 직원 개인과 합의해 탄력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서면 합의 등의 탄력근로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 52조 위반이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되지만, 스타트업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 52시간제의 이해 수준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6개 스타트업 중 한 곳만이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라 연장근무를 막고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다섯 곳은 주 52시간제의 필요성 자체에 공감하지 못했다. 한 스타트업은 “정보기술(IT) 개발 쪽은 프로그래밍 보완이 지속적으로 필요해 업무시간을 따로 산정하기 어렵다”며 “막 회사를 세워 키우는 입장에선 법의 이런 세세한 요건까지 자세히 알기 힘들고 절차도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근무와 서류상 근무시간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팀원들이 초과 노동에 불만이 없도록 서비스 개시 뒤 장기 휴가 등으로 보상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다른 스타트업도 직원들과 협의해 이런 ‘이중장부’를 많이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노동 이슈로 직원과 분쟁에 휘말리면서 타격을 받는 스타트업도 많다. 직원이 30명인 스타트업 B사는 최근 부당해고 문제로 분쟁을 겪었다. 수습 3개월 후 직원과의 계약 관계를 종료했는데 직원이 사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서다. B사 관계자는 “계약 종료 사유가 되는 구두 경고와 시말서 같은 자료를 다 모아놓긴 했지만 이를 증명하고 따지는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이 과도해 돈을 주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가 일시적으로 한국인 인력을 채용했을 때도 문제다. 근로자가 제소하면 한국으로 와 노동법 위반 관련 조사를 받아야 한다.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대기업과 스타트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 52시간제의 긍정 인식 비율은 스타트업이 46.0%로 대기업(66.0%)보다 낮았다. 스타트업 응답자 중 75.8%는 회사에 근태관리 시스템이 별도로 없다고 답했다.
고은이/이상은/최다은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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