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이 그러하듯, 성공한 기업도 서로 닮았다. 성공한 기업의 원인일 수도 있고, 또는 결과물일 수도 있는데 그들에겐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올해 153년 된 골드만삭스(GS)에는 39년간 CEO로 재직한 전설적 경영인이 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GS를 구했다는 163㎝의 ‘작은 거인’ 시드니 와인버그다.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주급 3달러짜리 ‘잡역부 보조’로 GS에 입사한 그의 첫 일은 고위 임원들이 침 뱉는 그릇인 타구의 광을 내는 일이었다. 타고난 성실성으로 허드렛일에도 최선을 다한 그는 창업자 손자의 눈에 띄어 대학도 졸업하고 한 계단씩 승급되더니 대공황의 위기를 넘긴 공로로 40년 가까운 CEO직을 수행했다.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에도 장수 CEO들이 면면히 대를 이어 왔다. ‘기술 삼성’의 초석을 닦은 윤종용 전 부회장이 12년, 뒤를 이은 이윤우 전 부회장이 15년, 권오현 전 회장이 14년씩 사령탑 역할을 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고문이 얼마 전 18년의 CEO직을 마감했다. 재직 기간에 매출을 아홉 배 키우고, 65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 대기록을 세워 ‘차석용 매직’이란 타이틀도 얻었다. 쌍용P&G와 해태제과 시절까지 포함하면 그의 대표이사 경력은 25년에 이른다.
12년간 골드만삭스 CEO를 맡다가 2018년 자리에서 물러난 로이드 블랭크페인의 솔직한 말이다. “회사 상황이 어려울 때는 떠날 수 없었고, 상황이 좋아지면 떠나고 싶지 않았다.”
최고경영자에서 내려오는 차 부회장의 속마음이 어떤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수 CEO들이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에 성장 DNA를 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회사 키우느라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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