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또 딸과 함께 나타났다.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 처음 딸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엔 화성-17형 개발과 발사 공로자들을 딸과 함께 찾아 격려했다. 외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딸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ICBM 화성-17형과 관련된 공로자들과 기념 촬영한 소식을 전하며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김정은과 그의 딸이 함께 현장을 누비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보도했다. 김정은의 딸은 첫 등장 때는 앞머리를 내리고 흰색 패딩점퍼를 입어 앳된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고급스러운 모피를 덧댄 검은 코트를 착용했고 머리도 어른처럼 매만진 흔적이 역력했다. 어머니 이설주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꾸민 모습이었다. 로열패밀리인 ‘백두혈통’으로서 권위를 부각하려는 연출로 보인다. 검정 가죽 롱코트를 입고 나온 김정은은 딸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거나 손을 꼭 잡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ICBM 발사 현장에 김정은과 동행한 소녀가 딸 ‘김주애’라고 판단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2009년 결혼한 김정은과 이설주는 2010년, 2013년, 2017년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중 둘째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일찌감치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하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국방과학원 미사일 부문 관계자들은 ‘충성의 결의 편지’에서 김주애를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으로 칭했고,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할 것”이라고 맹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일이 장남 김정남 대신 김정은을 일찌감치 후계로 내정한 것처럼 김주애가 벌써 후계자로 내정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외신에서도 김주애의 후계자 선정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도가 나왔다. AP통신은 앤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연구원을 인용해 “과학자 및 군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김정은 옆에 선 김주애의 모습은 그가 잠재적 후계자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