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가 시행 한 달을 앞두고 금투세와 묶여 막판까지 표류하면서 코인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22일 한 차례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코인 양도·대여 등으로 발생한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연 250만원(공제액)이 넘는 소득에 20% 세율을 부과하는 제도다. 올초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년 유예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로 시행 시기가 미뤄졌다.
정부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에서 금투세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2025년으로 늦추겠다고 공언했다. 투자자 보호와 같은 기본 사항을 규율하는 기본법(업권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하면 납세 순응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루나·테라 사태’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도 고려됐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2일 조세소위에서 “2021년 11월 6개였던 거래소가 지난 10월 36개로 늘어난 상황에서 제도적·법적 준비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야당 조세소위 위원들은 “또다시 2년을 늦추자는 건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투자자 보호는 과세의 전제조건도 아니고 상금이나 복권, 심지어 뇌물 등 불법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 당시(지난해) 이미 과세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끝났다고 보고한 것으로 안다”며 “(늦추자는 것은)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코인업계는 여야가 금투세 유예를 두고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사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이 도매금으로 엮여 무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인 상장과 투자자 보호 기준 등 법적·제도적 원칙을 이제 막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세금부터 매긴다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대거 이동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문제를 금투세와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는 금투세와는 기초자산 성격이 달라서 연계될 필요는 없는 문제”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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