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 세계 최대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지수 편입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MSCI는 한국 증시의 △영문 정보 부족 △경직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배당락일 이후 배당금 결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MSCI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줄기차게 한국만의 낡은 자본시장 규제를 문제로 지적해왔다. 28일 금융위원회가 세미나를 열고 자본시장 국제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초안을 발표한 이유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이 성숙하면서 이 제도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주요 선진국 중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운영하는 곳이 없어서다. 글로벌 IB들은 투자 전략이 당국에 의해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반감을 나타냈다. 코스콤이 운영하는 외국인투자관리시스템(FIMS)을 통해 외국인의 증권 투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등록제 무용론’에 힘을 더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외국인 투자 제도 개선을 논의해왔다. 당국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 번호(법인에 부여하는 표준 ID)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금감원 등록 없이 증권사를 통해 계좌를 만들고 투자할 수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변중석 UBS 상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국은 2016년 도입한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통합계좌는 외국인 증권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여러 펀드를 하나의 계좌로 묶어 주문·결제하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결제일(T+2일)에 투자 내역을 감독기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지금까지 개설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이날 정책 초안 발표를 맡은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증권사가 세부 내역을 보관하도록 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나 과세당국이 세부 내역이 필요한 경우 증권사를 통해 사후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송 본부장보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더라도 거래 기록은 모두 남는다”며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증권사에 자료를 요청해 사후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장기업의 영문 공시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상장사 부담을 감안해 대상 법인과 공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MSCI가 지적한 사항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경우 신규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경우 550억달러가량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서형교/최세영 기자 seogy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