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8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언론에서 시끄러운 정치인일 뿐인 오늘의 박지현에게 대중은 관심이 없다"며 "자신의 마이크 파워가 이준석이나 김동연 못지않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올해 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섰다가 출마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출마가 무산된 뒤, 장외에서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잇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해 논란을 빚었던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고한 글에서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박지현은 마이크 파워가 강했고, 아주 유명해진 후의 박지현은 마이크 파워가 약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아울러 박 전 위원장이 지난 7월 KBS 라디오에서 "언론에서의 마이크 파워나 유명세로 따진다면 제가 그 두 분(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께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끌어왔다.
유 전 이사장은 "마이크 파워와 유명세는 다르다. 박지현의 마이크 파워는 대학생 때 했던 '추적단 불꽃' 활동의 성과에서 생겼다"며 "박지현 씨는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되면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명해졌다. 이런저런 사유로 이재명, 최강욱, 김의겸 등 민주당의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자신에게 당대표 출마 자격을 특별하게 부여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당 지도부를 공격했을 때는 언론이 엄청난 양의 기사를 쏟아냈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박 전 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체급이 크다고 착각하게 된 배경에는 민주당에 불리하도록 기울어진 언론 지형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다수가 친정부적인 성향인 언론이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민주당에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쓴소리', '소신', '용기'와 같이 멋진 말로 치장해준다는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내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난한다면 내가 사실의 근거가 없고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해도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고 내 말을 그대로 중계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어 민주당 소장파로 불리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도 언급했다.
유 전 이사장은 "조금박해의 언행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박지현 씨와 비슷한 착각을 하고 있다"며 "무슨 나쁜 마음을 먹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오로지 민주당에 해가 되는 말과 행동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그런 말을 할 뿐인데도 언론이 그것만 대서특필하니까 오로지 그런 일만 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금박해의 모든 행동을 용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이 민주당과 민주당의 다른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처럼 다른 정치인이나 시민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폭력적 팬덤이니 어쩌니 하는 '폭력적 언어'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배척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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