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전 패배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16강전 진출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최초의 ‘가을 월드컵’을 맞은 식품·유통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업계 비수기로 통하는 11월에 대규모 행사가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11월은 여름 성수기와 추석은 이미 지난 상태고 연말 특수를 누리기엔 이른 ‘애매한’ 시기다. 연말 대목까지 비어있는 시간을 월드컵이 채워주자 치킨, 주류, 편의점, 대형마트 등 업계 매출과 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폭증한 모습이다.
경기가 평일 자정에 경기가 끝나다보니 매장에서도 “이정도로 손님이 몰릴 줄은 몰랐다”는 분위기다. 서울 성동구 소재의 한 bhc 가맹점주는 “치킨 포장 박스를 미리 접어두기도 하고 가족들이 다 나와 도왔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가 빠듯했다”며 “퇴근길에 치킨을 포장해가는 손님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10시 경기에 맞춰 치킨을 먹으려면 8시에는 주문해야 한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평소보다 주문이 몰리기 시작하는 시간대가 앞당겨지기도 했다.
편의점 3사(GS·CU·세븐일레븐)는 가나전 개최 당일 맥주 매출이 직전 2주 대비 194%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배달 치킨 주문 시간을 놓친 소비자들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를 찾아 조리된 치킨을 구매했다. 간편식, 안주류 이외에 비식품 부문도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추운 날씨에 진행된 거리응원에 24일 세븐일레븐에서는 돗자리(전년 대비 35배), 핫팩(450%)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번 월드컵으로 홈쇼핑 업계의 황금 시간대는 조정됐다. GS샵에 따르면 우루과이전 당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1시까지 매출은 전주 대비 58.1% 늘었다. 자정부터 방송한 바디프렌드 안마의자 렌탈방송은 목표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하며 마무리했고 경기 중계 직전에 방송한 모르간 바지, 재킷 방송도 목표치보다 판매량이 20% 많았다는 설명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한국 경기 중계 시간과 겹쳤던 방송은 목표 대비 75%에 그쳤지만 경기 종료 직후 시작한 안마의자 방송에서는 12시 18분에 주문량이 피크를 찍었다”며 “한국경기 직후 채널을 돌려 방송을 시청한 소비자들이 구매까지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키친델리 치킨, 맥주, 피코크 간편식 등 주류와 안주류를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연다. 편의점업계도 맥주와 치킨을 할인 판매하고 구색도 늘릴 방침이다.
하이트진로는 새로운 진로 TV 광고를 선보이며 월드컵 열기를 연말까지 이어간다는 목표다. 오비맥주도 맥주캔에 숫자가 새겨진 ‘넘버 카스 패키지’를 출시해 소비자들이 경기 결과 예측, 인증샷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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