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10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에서 경기는 비록 아쉽게 졌지만 '집관 응원'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치킨이 동났다. 이날 배달 주문이 폭주하는 등 치킨 배달이 어렵자 곳곳에서 빗속 퇴근길에 '포장'으로 치킨을 사가는 사람들이 몰렸다.
이날 경기를 앞둔 28일 오후 8시께 치킨집 앞은 포장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앞선 24일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배달 주문이 폭주했다는 '학습효과'에 포장으로 사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지하철 9호선) 인근의 치킨 메뉴에 특화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KFC를 찾은 신모 씨는 "치킨집은 배달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일부러 KFC로 왔는데 대기가 많이 밀려 있어 놀랐다. 이정도로 기다리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주문하고 5분 정도면 받았는데 오늘은 앞에 밀린 사람들이 10명 넘어서 치킨 주문하고 받는 데까지 15분 이상 걸린 것 같다"면서 다음달 3일 오전 0시로 예정된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 땐 더 서둘러야겠다고 했다.
KFC는 오후 9시 이후 '치킨 1+1' 행사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 대표팀 경기가 있는 이날은 '블랙라벨치킨'(8조각)을 33% 저렴하게 파는 특별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동네 치킨집은 월요일이 쉬는 날인데도 이날은 예외적으로 정상 영업했다. 가게 앞에는 '매주 월요일 정기휴일'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문을 활짝 열었다.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라 치킨 주문이 워낙 많아서였다.
오후 7시30분쯤 비 내리는 퇴근길에 걸음을 재촉하던 주민들은 치킨집이 문을 열고 영업하는 것을 보고는 가게에 들러 치킨 메뉴를 주문했다. 사장은 퇴근 시간대 몰리는 주문을 바쁘게 받으면서 "몇몇 메뉴는 재료가 다 떨어져서 벌써 품절됐다. 오늘은 문을 열고 이번주는 대신 내일 쉬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거리응원이 펼쳐진 광화문 주변 치킨 매장도 축구 경기를 보며 치킨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광화문 지역 상인은 "지난 우루과이전 때는 오늘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비 오는 날씨에 밖에서 치킨을 먹을 수 없어서 (포장 손님은 많이 없다)"라고 전했다.
교촌치킨은 이날 배달 주문을 일시 중단했다. 우루과이전 당시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서버와 라이더 부족 등 문제로 배달 주문이 불가했던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교촌치킨은 이날 배달 주문은 일시 중단한 채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포장 주문만 받았다. 제너시스 BBQ도 자사 앱 서버를 증설하고 매장 운영인력도 추가 배치했다.
29일 bhc치킨에 따르면 지난 28일 가맹점 매출이 전주 동요일 대비 312%, 전월 동일 대비 297% 껑충 뛰었다. 우루과이전 때(전주 동요일 대비 130%, 전월 동일 대비 200% 증가)보다도 더 증가폭이 컸다. bhc치킨은 "토너먼트 진출로 연결되는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국민적 응원과 관심이 치킨 매출 수치로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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