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자 한경 1면과 5면에 실린 ‘노동법 외줄 타는 스타트업’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미국에서 창업한 이 대표는 고객과의 상담 계약을 맡기는 대가로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시간당 4000원’을 줬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는 “건당 계약을 했다면 ‘프리랜서와의 계약’임을 주장하기가 더 쉬웠을 텐데 당시엔 어떤 상담은 1분에 종료되고 어떤 상담은 15~20분씩 걸리기 때문에 편의상 상담에 배정된 전체 시간을 기준으로 대가를 지급했던 것”이라며 “상호 합의해 작성된 계약서는 의미가 없고 신고만 하면 무조건 사업주가 불려 다녀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노동규제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적정한 계약서를 쓰고 보상하고 관리·감독하는 일은 대표가 해야 할 기본적인 임무다.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든, 스무 살에 스타트업을 창업하든 상관없이 근로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일일이 따져볼 역량이 모자라면 전문가에게 물어봤어야 한다. 1차적인 책임은 대표에게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달리 볼 필요도 있다. 대표와 분쟁을 겪은 이 회사의 근로자 8명은 시간당 1만원에 육박(올해 기준 9160원)하는 최저임금을 받는 다른 일자리가 많은데도 이 회사의 제안을 수락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시엔 해당 업무가 최저임금을 다 받을 만한 업무가 아니라는 데 양측이 생각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자유로이 이뤄진 계약에 국가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규제 칼날을 들이대는 셈이다.
스타트업 대표 중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처지임을 깨닫고 허둥지둥 합의금 마련에 나서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저 다 같이 열심히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가 한 번 직원들과 갈등을 겪거나 신고당하면 그제야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창업하면 비즈니스 모델이나 자금 조달 같은 걸 고민할 줄 알았는데 인사와 조직 관리를 더 고민해야 한다”는 게 이들 토로다.
제조업의 정규직 근로자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의 노동규제는 너무 무겁고 딱딱하다. 회사 대표에 대한 형사처벌도 과중한 것 투성이다. 대기업을 겨냥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과 같이 이제 막 시작하는 기업엔 적어도 처벌만은 유예해 줄 필요가 있다. 채용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운데 누가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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