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납치 당해 51년간 만나지 못했던 딸과 부모가 상봉했다. 아버지가 DNA 검사를 했다가 우연히 자신의 손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극적인 재회가 성사됐다.
미국 방송매체인 WCIV와 ABC 등에 따르면 1969년생인 멜리사 하이스미스는 유전자 검사 업체인 23앤드미의 DNA 검사 결과 생사를 알지 못했던 어머니를 찾는 데 성공했다. 1971년 하이스미스가 생후 21개월 됐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신문 광고를 통해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다. 하지만 이 베이비시터는 하이스미스를 납치하고 사라졌고, 경찰 신고에도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딸을 잊지 못한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은 매년 11월 하이스미스의 생일을 기념했다. 페이스북에 ‘멜리사 하이스미스 찾기’ 페이지를 만들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그 사이 어머니는 네 명의 자녀를 더 낳았다.
희소식은 50여년을 넘겨셔야 찾아왔다. 하이스미스의 친부가 유전자 검사 업체 23앤드미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통해 DNA 검사를 한 결과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던 친손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23앤드미의 DNA 키트를 이용하면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서도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부모의 연락을 받게 된 하이스미스는 처음엔 가족의 메시지를 ‘사기’로 치부했다. 하지만 실종됐던 하이스미스의 등에 모반이 남아있었다는 부모의 기억이 실제 모습과 일치하다는 점, 양쪽이 주장하는 하이스미스의 생일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은 이들의 관계가 가족이라는 점을 방증했다.
이들은 지난 27일 상봉했다. 하이스미스 가족은 친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공식 DNA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이스미스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베이비시터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았다. 담당 법무국은 “납치 관련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지만 납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멜리사 하이스미스의 자매로 친모 손에서 자란 샤론 하이스미스는 “어머니는 해고당할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돌보겠다고 한 베이비시터의 말을 믿었다”며 “이로 인해 50년 동안 어머니는 멜리사를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종된 딸을 죽이고 이 사실을 숨겼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어머니에게 매우 감사하다”며 “멜리사를 알고 싶고, 그녀를 가족으로 맞이한 뒤 잃어버린 50년의 시간을 만회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실종 가족을 찾는 이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도 남겼다. 하이스미스 가족은 성명문에서 “우리가 멜리사를 발견한 건 순전히 DNA 때문이지 경찰이나 FBI, 팟캐스트, 가족의 사적인 조사나 추측 덕분이 아니었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고 모든 단서를 추적하라”고 당부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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