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 900조원가량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올 들어 9월까지 -7%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손실액은 총 68조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올해 30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금 운용 손실로 2년치 지급액을 한꺼번에 날린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9월 말 기준 적립금이 896조6000억원이며 올 들어 9월 말까지 수익률은 -7.06%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2018년 이후 4년 만에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199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범 후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08년과 2018년뿐이었다.
자산별 수익률을 보면 국내주식이 -25.47%로 가장 나빴다. 해외주식과 국내채권 수익률은 각각 -9.52%, -7.53%였다. 해외채권과 대체투자는 각각 6.01%와 16.24%의 수익률을 냈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글로벌 주식·채권시장 약세로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세 차례에 걸쳐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공격적인 통화 긴축에 나섰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문제 심화가 발생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9월까지 27.61% 하락했고, 미국 S&P500지수는 23.62% 급락했다. 국내외 증시 약세가 국민연금 수익률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대체투자의 경우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지만, 대부분 이자·배당 수익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이익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연말엔 이 수익률이 조정될 수 있다. 대체투자의 연중 수익률은 주식·채권과 달리 공정가치 평가액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시가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매년 말 한 차례 공정가치를 평가해 수익률을 재집계한다.
국민연금은 주요 글로벌 국부펀드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양호한 편이란 입장이다.
예컨대 올 들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노르웨이국부펀드(-18.2%), 네덜란드공적연금(-16.6%),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15.9%)은 10% 넘는 손실을 냈다. 하지만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6.8%), 일본 공적연금펀드(-3.8%)와 비교하면 국민연금의 투자 성적은 저조하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연금이 자체 설정한 벤치마크(기준 수익률)와 비교하면 국내주식에선 0.62%포인트, 국내채권과 해외채권에선 각각 0.02%포인트, 0.51%포인트 높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주식에서는 벤치마크 대비 -0.99%포인트 미달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글로벌 투자 환경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저성장이라는 복합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투자 기회 모색 등을 통해 수익률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차준호/정의진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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