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소위 또다시 '파행'…野 "윤 대통령 예산 삭감안 단독처리 불사"

입력 2022-11-29 18:30   수정 2022-11-30 01:06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증·감액 칼자루를 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활동 법정 시한(30일)을 하루 남겨두고 또다시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감액 수정안’의 단독 처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다만 양당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어 예산소위 시한 연장이나 소소위 가동 등을 통해 막판 합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 예산소위를 더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소위 활동을) 잠정 종료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날 예산소위에서 각 상임위가 의결한 예비심사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이재명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정부 동의 없이 6조원대로 증액하고, ‘윤석열표’ 공공분양주택 예산은 1조원 삭감한 것을 문제 삼아 심사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또다시 명분 없는 예산 심사 파업에 나섰다”며 “국정조사를 볼모로 잡고 무책임한 지연 작전으로 일관한다면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예산 심사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총에서는 “집권여당이 예결위를 무력화하고 결국 준예산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감액 중심의 수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불사 방침은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기재위원장인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예산안을 ‘야당 예산안’으로 바꿔치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 대선 공약의 이행을 가로막는 대선 불복을 위한 ‘국회 농단’까지 할 수 있다는 겁박으로 들린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감액 예산안만 처리할 경우 그동안 요구해온 민생 예산 증액 등이 무산될 수 있어 어떤 식으로든 막판 협상을 통해 증액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액은 여야 원내 지도부 위주로 비공개로 열리는 소소위에서 정부 동의를 거쳐 확정되는 만큼 정부·여당과 어떻게든 협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예산안) 심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며 “김진표 국회의장께도 말씀드렸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께도 검토해 달라고 의견을 드린 상태”라고 말했다. 심사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협상을 이어 나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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