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가족이 가정용 DNA 검사 키트 등의 도움으로 51년 만에 생사조차 모르던 가족을 찾아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텍사스 지역 언론 더포트워스스타텔레그램 등은 1971년 실종된 멀리사 하이스미스(53·여)가 텍사스 포트워스의 한 유전자 검사업체에서 친부모와 상봉했다고 보도했다.
멀리사는 1971년 8월, 21개월 아기 때 베이비시터에게 납치·실종됐고, 이후 51년 만에 가족을 만났다. 멀리사와 그 가족은 마지막 확인을 위해 DNA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멀리사의 친부모와 형제들은 사라진 멀리사를 찾기 위해 수십 년간 미국 전역을 뒤졌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고, 최근 가정용 DNA 검사 키트 '23앤드미'를 통해 결정적 단서를 잡았다.
이 키트를 이용하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 가정에서 직접 검체를 채취해서 업체에 보내면 이를 분석해 휴대폰 앱으로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멀리사의 친부가 이 키트를 이용한 결과 어딘가에 생면부지의 친손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또 다른 유전자 검사·계보 정보 사이트에서는 이 친손자에게 형제자매 2명이 더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가족은 이 같은 정보를 아마추어 계보학자에게 전달해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이들이 실종된 멀리사의 자녀들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멀리사가 어딘가에서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된 셈이다.
추적에 속도가 붙자, 가족들은 이 손자들의 양부를 수소문해 멀리사의 현재 이름을 알아냈다. 멀리사는 50여년 간 '멜라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었다. 가족은 더 나아가 멀리사의 혼인 기록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내 직접 연락했다.
가족이 없는 줄 알고 살아온 멀리사는 처음에는 친부모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등에 있는 또렷한 검은 점 등 신체적 특징을 언급하는 친부모의 말에 만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멀리사와 친부모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멀리사는 51년 전 베이비시터에게 납치된 후 그대로 실종됐다. 어린 시절 멀리사를 돌봐준 사람이 납치범이었는지, 그게 아니라면 어쩌다 멀리사를 보호하게 됐는지 등은 분명하지 않다.
멀리사는 15살 때 양모와 사이가 틀어져 집을 나온 뒤 어렵게 살아왔고, 한평생 사용하던 이름 '멜라니' 대신 원래 이름 '멀리사'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고 WP는 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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