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내린다고 조급할 필요 없는 이유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2-12-03 08:00   수정 2022-12-04 16:04


최근 아파트 가격이 폭락했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격이 하락한 곳도 있지만 어쩌다 나온 급매물 가격으로 그 아파트 단지 전체가 하락한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증여 등 편법거래가 많은 직거래를 마치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 것처럼 다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가격이 급락했다는 곳에 가도 급급매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정말 급하신 분들이 내놓은 급급매는 연말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거의 다 팔렸다고 합니다. 급매물이 몰리면서 가격이 많이 내려간 곳도 있습니다. 2020~2021년 갭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샀던 이들이 급하게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은 주로 노원·도봉·강북구, 경기도는 신도시 아파트들이 대표적입니다.

입주가 임박한 대규모 단지에서 세입자를 못 구해 전셋값이 폭락하고 매매가격까지 하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을 제외한다면 가족들과 잘살고 있는 집을 가격이 내려갈 것 같다는 이유로 갑자기 급매에 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집값이 오를 때와 내릴 때의 심리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무주택자를 비롯해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가 급했습니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하며 너도나도 영끌 갭투자에 나섰고 투기 수요까지 몰리면서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했습니다. 정부가 하루가 다르게 투기 방지대책을 내놓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집값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집값은 내리고 대출 이자는 늘어나니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내놓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죠. 낙폭이 가파른 탓에 정부도 거래절벽에 의한 주택 시장 경착륙을 막고자 규제지역 해제에 나섰고, 가계부채가 더 늘지 않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유지하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다양한 조치에도 경착륙 우려가 높아질 정도로 가격이 급락하고 있습니다만, 거래량을 따져보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1만8570건으로 작년 동기 4만8796건보다 61.9% 급감했습니다. 2년 전인 2020년 10월 6만6174건에 비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내 집을 마련하신 분들은 위에서 언급한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싸게 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계속 살면 언젠가는 다시 오를 것이라고 여깁니다. 무주택자들도 대출 이자 부담만 적다면 원하는 곳에 아주 저렴하게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기에 당분간 걱정이 없습니다. 결국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급할 것이 없기에 거래절벽이 생긴 셈입니다.

그리고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세입자가 없어 잔금을 내기 어렵다면, 계약을 포기하기보단 다른 방법을 찾을 겁니다. 부모님 집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그 돈으로 급한 잔금을 치르는 등의 수단이 있겠습니다. 세금은 모두 내야겠지만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부모님이 바로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주택금융공사(HUG)에서 대출을 상환해주고 남은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해 드립니다.

부모님이 주택연금에 가입했더라도 몇 년 지나 상황이 나아지면 받았던 돈을 주택금융공사에 갚으면 됩니다.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 부담도 낮습니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실수요자들이 역전세난이나 거래절벽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방법은 다양합니다.

가격이 폭등할 때는 너도나도 집을 사지만, 집값이 내려갈 때 모두가 집을 파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되레 내년 공시가격이 줄어들면 세금 부담도 덜어집니다. 전문가와 상담하면 닥쳐오는 부담을 회피할 방법도 찾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는 모두가 조급했지만, 폭락할 때 실수요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사는 집이라면 하락 상황을 잘 버티시고, 무주택자는 이번 기회에 급매물을 노려보는 것이 내 집 마련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급매물이 소진되면 저렴한 주택이 더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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