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가 자사 면역관문억제제 티쎈트릭의 일부 적응증을 자발적으로 취소했다. 시판후 진행한 임상 3상에서 기존 요법 대비 차별화된 효용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슈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협의 후 진행성 방광암에 대한 1차 치료제로서의 티쎈트릭 사용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 최고의료책임자(CMO) 레비 게러웨이는 “기존 화학요법과 비교했을 때 티쎈트릭과 백금화학요법 병용요법이 1차 평가지표 중 하나였던 전체 생존 기간(OS)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티쎈트릭은 2016년 전이성 방광암에 대한 1차 치료제로 가속 승인됐다. 시스플라틴 화학요법이 적합하지 않거나, PD-L1 상태와 관계없이 백금을 포함한 화학요법에 적합하지 않은 전이성 방광암 환자가 치료 대상이었다.
가속 승인은 의료 미충족 수요가 큰 적응증에 대해 FDA가 임상 3상 대신 임상 2상 데이터를 근거로 제약사가 신속히 시판할 수 있게끔 돕는 제도다. 다만 새로운 치료법이 정말로 유효한지 시판 후 임상 3상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Imvigor130’은 로슈가 티쎈트릭 시판 후 전이성 방광암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판 후 임상 3상이었다. 이 임상의 1차 평가지표는 무진행생존률(PFS)과 전체 생존기간(OS), 부작용 비율이었다.
티쎈트릭은 이중 전이성 방광암 환자들의 OS를 기존 요법 대비 유의미하게 늘리는 데 실패했다. Imvigor130의 자세한 결과는 추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가속 승인을 받은 적응증에 대한 의약품의 자발적인 취소는 비교적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제약업계는 "시판 후 임상에서 유효성을 보이지 못하는 적응증을 재빨리 취소하는 게 가속승인 취지에 더 잘 맞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가속 승인을 통해 신규 약물을 신속히 도입하고, 다른 한 쪽에선 잘 듣지 않는 적응증을 취소해 결국 각 질병에 잘 듣는 약만 더 빨리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티쎈트릭은 이전에도 가속승인 받은 적응증을 여러 번에 걸쳐 취소했다. 2019년 티쎈트릭은 PD-1/L1 면역관문억제제로는 처음으로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시판 후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해 해당 적응증에 대한 승인을 자발적으로 취소했다. 요로상피암에 대해서도 티쎈트릭의 사용을 취소했다. 티쎈트릭의 현재 유효한 적응증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 간세포암, 흑색종 등이다.
과거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역시 가속승인을 받은 뒤 적응증을 취소하는 사례가 있었다. 위암 3차 치료제로 FDA의 가속 승인을 받은 후 시판 후 임상 3상에서 OS를 개선하는 데 실패하자 지난해 미국 머크(MSD)는 FDA와의 협의 후 해당 적응증에 대한 승인을 자진 철회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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