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건설사가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중은 글로벌 전체 탄소배출량 중 0.5%로 많지 않지만, 밸류체인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업은 업스트림 배출에 해당하는 자재 생산 단계와 다운스트림 배출에 해당하는 건물 운영 단계에서 글로벌 탄소배출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이 큰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은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관심을 모았다. 까다로운 탄소중립 목표인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기준에 따라 스코프 1~3 배출량을 산정하고, 건설업의 특성을 반영한 4대 추진 전략을 수립했다.
이 같은 탄소중립 추진 전략은 ‘G-OPIS’로 요약된다. 현대건설은 저탄소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글로벌 건설 리더로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체계적인 ESG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장실 직속 IR담당 지속가능경영팀에서 ESG 전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에서 문제철 현대건설 IR 담당 상무를 만나 현대건설의 ESG 경영 전략을 들어봤다.
- 보통 ESG 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반해 현대건설은 이사회 산하에 투명경영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현대건설은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CFO(최고재무책임자) 주도 아래 지속가능경영 협의체를 발족했습니다. 분기별로 운영되는 지속가능경영 협의체를 통해 ESG 경영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 협의체는 14개실 20개 팀의 임원, 팀장, 실무자로 구성된 협의체로 비재무적 리스크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합니다. 이 내용을 투명경영위원회에 보고하고, 투명거래위원회를 거쳐 이사회에 보고하는 체계라고 보면 됩니다. 투명경영위원회는 내부 거래 투명성을 다루던 데서 명칭을 바꾸고 ESG 정책 심의 기능을 보강하면서 한 발씩 나아간 형태의 위원회입니다. 현대차그룹 위원회를 보시면 저희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위원회를 많이 구성하면 ESG 평가를 잘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정된 사외이사 구성원으로 위원회를 남발하기보다 위원회의 통일성을 기하는 것이 좋다고 봤습니다.”
- 실무 협의체인 지속가능경영 협의체가 있고, 또 IR팀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인데요.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습니까.
“기업 상황과 여건에 맞는 ESG 경영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내재화해야 하는데 이때 톱다운(하향식)보다 보텀업(상향식)이 더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봤습니다. 만약 경영진이 교체됐는데, ESG에 큰 관심이 없다면 동력을 잃게 됩니다. 반면, 아래에서부터 현장에서 과제를 발굴해 전사 실장, 팀장 등을 거쳐 논의되고 투명경영위원회와 이사회로 상향되는 방식은 더욱 지속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E, S, G 영역별 주무부서에서 중점 개선 과제를 선정해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이때 체계적 ESG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장실 직속으로 IR담당 지속가능경영팀이 일종의 간사 역할을 수행합니다. ESG 트렌드와 동향을 지속가능경영 협의체에 소개하고, 각 사업본부에서 발굴한 과제를 단기 또는 중장기 과제로 구분합니다. 또 부서 협업 시너지를 구축하거나 긴급한 ESG 리스크 현안은 CEO에게 직접 보고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올라온 과제만 올해 50개가 넘습니다.”
- 올해 과제 중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1분기에 과제를 발굴해 확정된 과제는 2·3분기에 걸쳐 각 부서와 함께 진행합니다. 또 4분기에는 우수 부서를 선정해 투명경영위원장 포상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단기 과제 34개 중 29개 과제의 개선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대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중개 거래 사업을 꼽고 싶습니다. 비즈니스와 연계된 사업이라는 점에서입니다. 저희가 2021년 탈석탄 선언을 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현대차그룹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한 점을 주목했습니다. RE100을 선언한 기업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사뿐 아니라 타 기업에서도 교체 수요가 예상됩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자들을 모아 플랫폼을 만들면 필요한 쪽에 적시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과제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현재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 지난해에는 탈(脫)석탄 선언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돌이켜 평가를 한다면요.
“2021년 탈석탄 선언을 하면서 앞으로 국내외 석탄 관련 투자와 시공 등 신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세부 이행 경과를 대내외 이해관계자에게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당시 석탄화력발전소뿐 아니라 연계 사업까지 이슈화되면서 검토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석탄을 캐는 것뿐 아니라 운반이나 발전소 부지 조성도 안 된다는 겁니다. 이런 것까지 모두 포함해 석탄과 관련해 어떠한 사업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옳았다고 봅니다. 대신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기후변화 위기는 온실가스 규제 강화, 전통적 건설 포트폴리오 수요 감소와 동시에 새로운 건설 시장의 성장을 예견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신재생에너지 중개 거래 사업이나 최근 각광받는 CCUS(탄소포집·저장, 활용), 그리고 제로 에너지 빌딩 같은 사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고, 그게 결국은 지속가능 경영이라고 봅니다.”
- 코로나19 이후 올해 건설업은 어떤가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흔히 삼중고의 시대라고 얘기합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이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으며, 특히 철근, 레미콘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안 쓸 수 없는 자재들입니다. 정부 사업의 경우 물가 상승에 대해 물가 연동 조항(에스컬레이션)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면 민간 사업은 그렇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아파트 사업의 경우 분양가를 올리거나 시행사에 전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서로 고통 분담을 하고 있고,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금리 또한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나마 현대건설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추면서, 올해 특히 스마트시티 사업이나 SMR(소형 모듈 원자로) 사업 등으로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최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시티 플랜트 공사에 참여하는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입니다.”
- 국내외 건설업이 저탄소·친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을 체감하십니까. 주목하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다면요.
“저탄소·친환경 건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는데, 예로 충남 보령에서 진행하는 수소 비즈니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전환과 관련해 점차 신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관련 사업 발주가 확대될 것입니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가 기존 에너지원보다 생산 단가가 비싸지만, 언젠가는 역전이 될 거라고 봅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와 제주 한림 해상풍력 단지 등 사업을 자회사와 협력해서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전 밸류체인에 걸쳐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앞서 말씀드린 재생에너지 중개 거래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실제 국내에서 건설한 사례가 있습니까.
“국내 단일 최대 규모인 65MW 태양광발전소인 ‘서산 태양광발전소’ 사업 개발부터 EPC, O&M까지 수행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토털 솔루션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또 ‘서남해 60MW 해상풍력발전 실증 사업’을 통해 해상풍력 기술력을 확보했고, 국내 해상풍력 최대 규모인 ‘제주 한림 100MW 해상풍력발전사업’의 EPC 총괄뿐 아니라 개발자로서 지분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진행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또 해외에서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 특히 제로 에너지 빌딩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나요.
“제로 에너지 빌딩은 크게 액티브 기술과 패시브 기술이 종합적으로 필요합니다. 액티브 건축은 친환경적으로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패시브는 외부로 새는 에너지를 차단하는 기술입니다. 이 2가지 기술이 동시에 적용됐을 때 제로 에너지 빌딩이라고 칭하게 됩니다. 아직 민간 주택에서는 상용화가 더딘 상황이며, 제로 에너지 빌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제로 에너지 빌딩 의무화에 따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것이 탄소중립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건설업에서는 스코프 1(직접배출량)·2(전력 사용 등 간접배출량)보다 스코프 3(공급망 등 총외부배출량)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의 공사가 협력업체를 통해 진행되기에 업스트림 배출에 해당하는 자재 단계와 다운스트림 배출에 해당하는 건물 운영 단계의 기후변화 영향이 큽니다. 특히 건설업의 스코프 3는 완공 건축물이 핵심입니다. 현대건설의 경우 2021년 스코프 3 928만 톤 중 완공 건축 배출이 57%를 차지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로 에너지 빌딩의 기술개발, 제도적 장치, 법제화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건설은 민간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바로 송도에 건설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1차’ 아파트입니다. 국내 최초로 고층형 제로 에너지 공동주택 5등급을 획득했습니다. 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LH본사 신사옥도 제로 에너지 빌딩에 해당합니다.”
- 저탄소 건설 기술 중 ‘모듈러’는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OSC(Off-site Construction) 공법은 건설 부재를 규격화해 공장 생산 후 조립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현대건설은 OSC 공법 등 저탄소 건설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UAE 사브 해상 정유 플랜트를 진행하면서 모듈화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UAE 아부다비 공장에서 만들어, 배로 실어 현장에서 조립했습니다. OSC 공법은 시공 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원가 급등이나 건설 폐기물 이슈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아파트에도 모듈러 방식을 사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아파트 중층 정도까지는 OSC 공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봅니다. 또 항만 공사에서도 모듈화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모듈화 논의는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 지난 10월 2045년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는데, 의미를 부여하신다면요.
“이사회 의결을 통해 국내 상장 건설사 최초로 탄소중립 선언을 했습니다. SBTi 기반으로 스코프 1~3를 포함한 탄소중립 선언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방대한 양의 스코프 3(총배출량의 96.9%)를 업계에서 처음 공개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앞으로 현대건설 탄소중립 추진 전략인 ‘G-OPIS’ 세부 계획에 따라 현장 사무실 지붕 태양광 설치, 친환경 차량 전환 등을 통해 현장에서 사용되는 전력과 유류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온실가스 관리 시스템, 스마트 건설기술 등을 고도화해 에너지 효율적인 현장 운영체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또 매년 이행을 점검해 5년마다 이행 과정 보고서를 발간하기로 했습니다.”
- 현대건설이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후변화 리스크 중 ‘배출권거래제’ 편입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는 배출권거래제에 해당하지 않지만, 2026년부터 시행되는 제4기 배출권 거래제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편입에 따른 국내 대상 규제 대응 비용은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톤당 2만5000원 전후로 가격이 형성돼 있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10만원을 육박할 것으로 봅니다. 저희는 탄소중립 전략으로 이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환, 자가발전 확대 등을 모색 중이며, 직원들도 아이디어를 내고 있습니다.”
- 직원을 대상으로 ESG 교육도 많이 하시는지.
“지난해 1시간 30분 정도 별도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했고, 올해는 그룹사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약 94%의 임직원이 교육을 이수했죠. 또 지난해에는 이사회 대상으로 ESG마인드셋 교육과 ESG 트렌드 교육을 병행했습니다. 그동안 직원들이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면 마일리지를 부여해 KPI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는데, 2023년부터는 ‘그린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려 합니다. 탄소중립에 대해 직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 최근 ESG 공시가 화두입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현대건설은 13년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해왔습니다. GRI를 비롯해 TCFD, WEF(세계경제포럼) 등 기준을 준수하면서 발간하고 있습니다. 매년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데, 올해는 200개 이상의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ESG 공시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기업 자율에 맡겼다면, 이제는 의무화한다는 겁니다. 특별히 다른 준비를 한다기보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범위를 계속 확대하는 것이 공시에 대한 준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담=장승규 편집장, 정리=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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