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가서 중고 명품 산다고요? 차라리 아울렛(아웃렛) 가서 새 상품 살래요."
최근 백화점들이 MZ(밀레니얼+Z) 세대를 겨냥해 잇따라 '중고 매장'을 내는 추세인 가운데 정작 20대 젊은층은 이같은 반응을 내놓았다. '한정판'이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아무리 명품이라도 흔한 중고 제품을 사러 오프라인 매장에 가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크림(KREAM). 온라인 리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크림의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여 MZ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오픈 첫날 기자가 찾은 매장은 예상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크림을 자주 이용한다는 채모 씨(22)는 이날 "한정판 리셀 상품을 오프라인으로 살 의향이 있다. 가격이 온라인에 비해 좀 더 비싸더라도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정판이 아닌 경우에는 명품 브랜드라 해도 중고 제품을 사려 백화점을 찾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로 옆에 신상 제품을 파는 명품 매장이 있는데 굳이 중고 매장을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명품에 관심이 많다는 조모 씨(25)는 "한정판이라면 몰라도 일부러 매장까지 가서 중고로 명품을 살 것 같진 않다. 백화점 안에 신상 가방 파는 매장이 근처에 있는데 중고 매장으로 들어가겠느냐"고 되물었다.
온라인 소비에 익숙한 MZ세대 관점에선 차라리 가격 비교가 쉽고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명품을) 중고로 샀다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중고 제품이라도 백화점에서 판다면 가격이 싸지도 않다. 차라리 좀 더 모아 신상이나 새 제품을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날 진행된 서울 용산구 HDC아이파크몰 내 '럭스어게인 빈티지 명품 특별전'에서 판매된 중고 명품 가격은 80만원대(루이비통 클러치)~700만원대(샤넬 클래식)에 달했다. 아무리 중고 제품이라도 20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란 반응이 많았다.
이날 오픈한 크림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지난 9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4층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일 늦은 오후 시간대임을 감안해도 매장이 한산한 편이었다. 역시 MZ세대를 타깃으로 했지만 20대보다는 백화점 특성상 30~40대 이상 고객층이 더 많다는 후문.
20대들이 명품을 소비하는 심리는 '(명품을) 영접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특별함을 드러내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대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신만의 특별함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명품을 살 때에도 가격이 비싼 것보단 구하기 힘든 것을 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 집약체가 '한정판'이며, 중고가 돼도 오히려 가치가 올라간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교수는 "보통의 '신상'이 있는 명품 매장에는 구경하러 가겠지만 중고 매장을 20대가 굳이 가겠느냐"면서 "오프라인 중고 매장으로 MZ세대 발길을 붙잡으려 한다면 (일반적 명품 제품보다는) 희소성 있는 모델을 전시해 차별화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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