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부터 이런 흐름이 본격화했다. 고점을 찍은 코스피지수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장외에서 또 다른 기회를 노렸다. 때마침 신규 상장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비상장 주식 열기는 ‘열풍’으로 불릴 정도로 뜨거워졌다.
장외시장 인기 주식이던 두나무는 작년 11월 52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최근엔 13만6000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73.8% 급락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같은 기간 15만7000원에서 4만1100원으로 비슷하게 떨어졌다. 컬리는 올 1월엔 11만6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3만600원으로 하락했다. 역시 4분의 1 토막이다. 카카오모빌리티(-79.5%) 야놀자(-52.2%) 케이뱅크(-53.0%) 등도 고점 대비 절반 넘게 주가가 떨어졌다.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거품이 꺼지자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투자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장 주식과 달리 공시가 없고, 회사 관련 소식도 뉴스로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엔젤리그는 주당 가격이 높은 비상장 주식을 투자조합 형태로 투자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망 스타트업을 1만원 단위로 살 수 있다는 소식에 200여 개에 달하는 개인투자조합이 생겨났다. 예컨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배달플랫폼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에 투자하는 조합은 8개가 결성됐다. 이들 조합은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업가치 5050억~6300억원 사이에 투자했지만 현재 몸값은 6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투자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 제도권 비상장주식 거래소인 K-OTC 수준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발행 기업의 수시·정기 공시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들이 퇴출되면서 거래 종목은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450개가 넘던 거래 종목이 60개로 감소했다. 신규 매수가 막히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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