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대표에 ‘재무통’ 이규복 현대차 부사장(54)이 승진 내정됐다.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 대표는 대부분 유임됐다.
글로비스는 재무·전략통 CEO
현대차그룹은 이 부사장의 현대글로비스 대표 선임을 핵심으로 하는 2022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30일 발표했다. 통상 4대 그룹 중 가장 늦은 12월 중하순에 임원 인사를 하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가량 시기가 빨라졌다. 선제적으로 전략을 마련해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부사장은 현대차에서 프랑스판매법인장, 미주유럽관리사업부장, 프로세스혁신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미주지역 생산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내 사내에서는 비교적 젊은 차세대 재무·전략통으로 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지분 20%를 가지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열쇠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올초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까지 정 회장과 정몽구 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취득해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파트너로 나섰다.
신사업 전략의 혜안과 재무적 능력, 글로벌 시각을 두루 갖춘 이 부사장은 지배구조 개편 정지작업의 적임으로 꼽힌다. 그룹 수뇌부에서 이 부사장에게 주문한 것은 신사업 확대와 이를 통한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 제고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그룹 전반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탁월한 글로벌 역량을 갖췄다”며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은 물론 글로벌 스마트 물류기업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루크 동커볼케 최고창의성책임자(CCO)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디자인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커볼케의 사장 승진으로 정 회장 체제에서 한층 강화되고 있는 디자인 경영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에게 바통을 넘긴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 외에도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 두 명이 물러났다. 공영운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 지영조 현대차 이노베이션담당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을 맡는다.
핵심 계열사 대표 모두 유임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대표는 모두 유임됐다. 내년 글로벌 경영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란 설명이다. 내년 자동차산업은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부진이 우려된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안정적인 경영을 준비하기 위한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라며 “12월 추가 임원 인사를 통해 성과 중심의 인적 쇄신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현대차그룹은 그룹 핵심사업 간 연계 강화를 위해 글로벌전략오피스(GSO)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분야 컨트롤타워 조직으로, 미래 전략 방향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GSO 내 각 부문 인사와 세부 역할은 12월 결정할 예정이다.
박한신/김일규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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