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폭발적이었고, 무대매너는 노련했다. 하지만 공연의 핵심인 라이브 실력은 아슬아슬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 팝 밴드 마룬파이브(마룬5)의 내한공연에 대한 평가다. 마룬파이브는 한국을 자주 찾는 해외 가수다. 이번이 여섯 번째 내한공연이다.
2019년 2월 고척스카이돔 공연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같은 곳에서 공연을 열었다. 이날 영하 5도를 밑도는 한파에도 고척스카이돔은 마룬파이브를 보기 위한 관객들 2만2000명으로 가득 찼다.
'내한 단골' 가수인 만큼 관객들의 '떼창'을 여유롭게 이끌어냈다. 검정색 가죽자켓을 입고 등장한 마룬파이브 보컬 애덤 리바인은 락 버전으로 편곡한 '무브스 라이크 재거(Moves Like Jagger)'로 공연을 열었다.
다음곡 '디스 러브(This Love)'에서는 자켓을 벗어던지고 관중석에 가까이 다가서서 노래했다. 허밍 부분에선 손짓하면서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도록 유도했다.
리바인은 첫 곡부터 '스테레오 하츠(Stereo Hearts)', '원 모어 나잇(One more night)', '애니멀스(Animals)' 등 히트곡 10곡을 쉼 없이 불렀다. '하더 투 브리드(Harder To Breathe)'까지 부른 뒤에는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들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리바인은 "당신들이 우리와 함께 노래 부를 때가 너무 좋다"며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뒷편에 있는 관객들을 직접 보기 위해 무대 스태프들에게 조명을 환하게 켜달라고 하기도 했다. 관객들도 별 모양 응원봉을 흔들면서 화답했다.
라이브 실력은 아쉬움을 남겼다. 리바인의 날카롭고 얇은 음색이 담긴 마룬파이브 곡들은 유난히 고음이 많다. 하지만 그는 고음 부분에서 저음 애드리브로 대체했다. 특히 초반 곡들에서 실수가 잦았다. 음이 미묘하게 나가기도 했다. 심지어 '왓 러버스 두(What Lovers Do)'의 고음 부분에선 박자를 놓치기도 했다.
이런 평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 마룬파이브는 미국 NFL(내셔널 풋볼 리그) 결승전인 슈퍼볼 하프타임에 무대에 올랐다가 혹평을 받았다. 팬들 사이에서 "리바인은 공연을 하면서 목을 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공연이 진행되면서 안정감을 되찾았다. 앵콜곡으로는 '메모리즈(Memories)', '쉬 윌 비 러브드(She Will Be Loved)' 등 히트곡들을 연달아 불렀다.
리바인은 영화 '비긴 어게인'에 출연해 부른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를 즉흥적으로 부르기도 했다. 마지막 곡 '슈가(Sugar)'가 끝난 뒤에도 마룬파이브가 남긴 여운에 좌석을 떠나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1997년 데뷔한 마룬파이브는 2002년 발표한 정규 앨범 '송즈 어바웃 제인'(Songs About Jane)이 '빌보드 200' 차트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뉴 아티스트' 등 그래미 트로피를 세 차례 수상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