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회사도 속속 자율주행 차량을 내놓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5월 출시한 ‘S클래스’와 ‘EQS’에 레벨3(특정 상황에서 운전자가 운전권을 넘겨받는 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내년 레벨3 수준의 제네시스 G90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완전 자율주행(레벨4 이상) 목전까지 기술이 다다른 셈이다.
자율주행은 각종 디지털 기술의 집약체로 꼽힌다. 끊임없이 외부 사물이나 사람을 인식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하며, 이를 판단하고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 이 외에도 보안, 디지털 매핑(지도), 시뮬레이션, 차량 호출 및 배정에 이르기까지 수백여 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총망라돼 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다. 그만큼 스타트업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다.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에스오에스랩은 고해상도 고정형 라이다 제품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라이다는 높은 정확도가 장점이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에스오에스랩은 대당 50만원대를 목표로 저렴하고 부피가 작은 라이다를 양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트센싱은 이미징 레이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징 레이더는 고해상도 이미지를 통해 물체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센서를 말한다. 악천후 속에서도 물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자율주행은 안전성 검증과 보안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스타트업 모라이는 가상환경에서의 시험 운전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우토크립트, 시옷 등 차량 보안 기술 스타트업들은 자율차의 해킹 위험을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단순 차량 주행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물류 분야가 대표적이다. BMW와 협력해 주목받은 서울로보틱스는 ‘ATI(인프라 기반 자율성)’ 기술로 자동차 물류시장에 접근했다. 완성차 업체가 제조한 차량이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차고지와 선박 등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뷰런테크놀로지스는 내년 1월부터 콜드체인 전문 기업 팀프레시와 협력해 전기트럭을 활용한 자율주행 친환경 배송 실증 사업에 나선다. 뷰런테크놀로지스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트럭으로 팀프레시의 물류센터에서 각 지역의 점포까지 신선 식자재를 안전하게 운송할 계획이다. 판교 지역을 주축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승용 뷰런테크놀로지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새벽배송이 늘면서 운전기사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3D 센서를 기반으로 한 정확하고 안전한 자율주행 배송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과 결합한 자율주행 기능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 개발사인 뉴빌리티는 지난해부터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로 인천 송도와 서울 강남에서 실외 자율주행 로봇에 대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최근엔 DB손해보험과 최초의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위한 종합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등 상용화에 성큼 다가섰다.
웨이모와 크루즈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근 알파벳 투자자들은 회사에 웨이모 투자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크루즈 역시 투자업계에서 “몇 년 안에 손실만 두 배 넘게 커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더그 필드 포드 기술책임자는 “완전 자율주행은 사람을 달에 보내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25~2027년께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플랫폼이 안정화되고, 이후 2030년대부터 도심 자율주행에 본격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삐삐에서 시티폰, 3G(3세대) 폰을 거쳐 현재 5G(5세대) 폰으로 발전된 것처럼 자율주행 역시 단계별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내년부터 레벨3 양산이 본격화되고 레벨4 수준은 셔틀버스 형식이나 스마트시티 내 일부 지역부터 적용될 것”이라며 “다만 안전 문제와 여러 가지 규제 등 다방면에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기술이 완성되더라도 양산보다는 장기간의 실증과 시연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원과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이 기술 발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및 실증사업으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도심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여러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구글이 위성 지도를 도입했을 때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고해상도로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자율차가 일상으로 오면 각종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사람 얼굴 등 주행데이터 수집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며 “개인의 안전, 사생활 등 민감한 문제가 얽혀 있어 사회적 논의와 함께 기술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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