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화물차는 등록제로 운영됐다. 화물차 면허를 취득해 등록만 하면 누구나 운송업을 할 수 있었다. 갑자기 허가제로 바뀐 계기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5월 화물연대 총파업이었다. 당시 내건 구호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였다. 허가제 전환은 물류를 인질로 잡고 벌인 화물연대의 실력 행사에 굴복한 결과라는 얘기다. 이후 영업용 화물차 증가세는 크게 꺾였다. 영업용 화물차 등록 대수는 1994년 말 13만5683대에서 2003년 말 31만4864대로 10년간 2.3배 증가했지만, 허가제로 바뀐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18년간은 32만1104대에서 43만8331대로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을 무력화하고 공무원이 탁상에서 정한 숫자로 신규 공급을 제한한 탓이다.
소위 ‘번호판 프리미엄’은 이런 상황이 빚은 부작용이다. 영업용 화물차의 노란색 번호판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수천만원에 거래되면서 브로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화물연대 파업은 이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지대추구 행위에 다름 아니다. 경제와 산업뿐 아니라 신규 진입이 막힌 청년들도 그 피해자다.
이제 기능과 역할을 다한 수급 조절제를 폐지하고 시장 기능을 회복할 때다. 허가제 기준 완화는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단계적인 등록제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반대와 화물연대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기득권을 혁파하지 않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엄포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