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휘청이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14%나 급감하면서다. 10월(-5.7%)에 이어 2개월째 마이너스인 데다 감소폭이 커졌다.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수출액이 30% 가까이 줄었다. 내년엔 연간 기준으로 수출이 4% 감소할 것(한국무역협회)이란 경고까지 나왔다. 생산, 소비, 투자가 둔화·정체되는 상황에서 수출이 뒷걸음질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한국의 15대 수출품 중 11개 품목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수출이 29.8%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84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10월 반도체 수출(92억3000만달러)이 18개월 만에 1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11월엔 수출액이 더 쪼그라들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49.7% 급감한 38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감소는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약세와 재고 누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공급량 조절 등에 따라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박 수출은 68.2% 줄었고 컴퓨터(-50.1%), 석유화학(-26.5%), 무선통신(-18.7%), 디스플레이(-15.6%) 등도 하락폭이 컸다.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자동차(31.0%), 석유제품(26.0%), 자동차 부품(0.9%), 2차전지(0.5%)뿐이었다. 자동차와 석유제품 수출은 선방했지만 반도체와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올해 9월까지는 수출 호조가 이어져 연간 전체로는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629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연간 기준으로도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액이 올해보다 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이날 ‘무역의 날’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진이 계속되고 통화 긴축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내년 한국의 무역 환경은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의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올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11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2.7% 늘어난 589억2500만달러였다. 특히 3대 에너지원(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27.1% 늘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741억달러에 달했다. 한국의 수입 증가율은 주요 교역국 중 가장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31.5%, 올해 1~8월 25.9%로 비교 가능한 기간을 기준으로 10대 교역국 중 1위”라고 말했다.
이지훈/이상은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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