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끝나면 반드시 응징"…비노조원 차주에 협박문자 보낸 민노총

입력 2022-12-01 18:30   수정 2022-12-02 02:01


“파업 투쟁이 끝나면 반드시 응징한다. 지난 6월에도 운송사 두 곳을 들어냈다(시장에서 축출했다).”

운송을 재개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주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의 한 지역 간부가 “보복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형법상 협박죄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송에 영향을 주는 보복이 현실화하면 업무방해죄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화물연대 간부가 BCT 차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1일 확보했다. 이 메시지엔 “오늘 분명히 협조 부탁과 경고했음에도 (운송 거부 동참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총파업 운송 결과를 취합해 파업 투쟁이 끝나면 분명히 화주사와 운송사를 응징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 같은 내용의 메시지는 지난달 30일과 1일 10명 이상의 BCT 차주에게 전달됐다.

화물연대 간부는 또 “지난 6월 투쟁 후 OO운송사 두 군데를 들어냈고, 이번엔 BCT 화주사와 운송사를 타깃으로 잡는다”며 과거에도 보복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무조건 직책을 걸고 잡을 것”이라고 재차 협박했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보복 대상으로 지목한 지역 운송사 두 곳은 거래가 일시적으로 끊겨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화물연대 간부는 한경과의 통화에서 “우리(화물연대)와 사전 협의하지 않고 운송한 BCT 차주를 대상으로 보낸 문자”라며 “우리에게 긴급한 사안을 설명하면 운송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운송료가 20년 전과 비슷한데 그때보다 기름값은 급등했지만, 정부가 지원 예산을 삭감해 생계가 막막하다”며 “예전과 달리 유리를 깨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가 거의 없는데도 정부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화물연대 소속 BCT 차량은 1000대가량이다. 3000여 대인 전국 BCT 차량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머지 차들도 보복 가능성 등을 우려해 대부분 운송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일부 비노조 BCT 차주는 경찰차 에스코트를 받으며 시멘트 운송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운송에 나선 BCT 차량 사진을 찍어 증거로 남겨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며 “일부 BCT 차주는 살해 협박 수준으로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CT 차주는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누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지 전부 공유되고 있다”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차주의 신상정보를 공유하고 보복을 가하기 때문에 화물연대 가입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화물연대의 협박 메시지가 형법상 협박죄, 강요죄는 물론 업무방해죄에까지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방검찰청 지청장 출신인 김우석 변호사는 “형법상 협박죄, 강요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며 “화물연대가 운송을 막을 경우 일거리를 주는 원청사와 일거리를 받는 운송사에 대한 업무방해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박죄 형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강요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안대규/강경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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