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우주항공청을 신설하겠다고 나섰다. 우주 시대를 적극 열어나가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법무부가 이민청을 만들겠다고 했고, 외교부 산하에는 재외동포청도 신설된다는 점이다. 이민청은 심화되는 저출산 시대에 인구 유지가 목표고, 재외동포청은 해외 동포의 권익 향상이라는 명분이 내세워졌다. 여성가족부가 간판을 내린다고는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되고, 본부장은 장관과 차관 사이 직급이 된다. 기관이 없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우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는 좋다. 하지만 규제 혁파로 민간활동을 고양시키기에 앞서 정부기관부터 만들겠다는 접근 방식에 반론도 만만찮다. 잇단 외청 신설 계획, 바람직한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민간에서는 국가 간 우주여행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우주 시대는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영국 버진갤럭틱 등은 재사용 로켓 개발을 위시해 민간의 우주여행과 우주 공간의 위성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게 결코 공상과학 영화나 과장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시대다. 인류의 우주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단계에서 한국 정부가 우주 경제 로드맵을 내놓고 대통령이 총괄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우주항공청을 국무회의 의안 제출권도 없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외청으로 출발할 게 아니라 대통령실 소속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조기에 가시적 성과도 나온다.
이민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저출산은 20여 년간에 걸쳐 수백조 원 대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 예산으로는 어쩔 수 없는 난제인 것이다. 이민청을 만들어 이주민 문호를 열고 다문화 사회에 대한 준비를 적극 해나가야 한다. 국가 지속에 관한 문제다. 재외동포청도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 해외 750만 동포의 숙원사업이다. 정부 조직이 좀 크면 어떤가, 조직 운영에 따른 비용이 들어도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대비한 해외 우수 인력 영입과 이민 문호 개방, 성숙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관련 업무를 볼 정부기관이 없어서 안 되거나 못한 게 아니다. 법무부와 산하의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고, 교육부 복지부 외교부 외에 여성가족부도 기능은 남는다. 이런 기관 간 협업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수백 명이 있는 국무총리실은 뭐 하는 곳인가. 인구 문제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대통령직속 특별위원회 정도를 만들거나 총리가 책임지고 관계부처를 모아 해법을 찾고 실행하면 된다. 재외동포청도 같다. 민족의 의미가 급속이 퇴색하고 있는 ‘코스모폴리탄 시대’에 재외동포청 신설은 퇴행적이다. 해외 동포와 관련된 일이라면 외교부가 의당 해야 할 일 아닌가.
조직만 늘리면 사공 많은 배가 어디로 가나. 업무의 효율성 문제도 적지 않지만 그렇게 늘어난 공무원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이며, 비용은 어떻게 감당하나. 문재인 정부 때 마구 늘린 공무원들과 비대해진 공공부문이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 무수한 비판과 우려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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