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숙박, 외식을 뛰어넘어 리빙 카테고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호캉스’ 문화가 자리잡자 특급 호텔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침실을 호텔처럼 꾸미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침구, 샤워가운 등이 매출 호조를 보이자 일부 호텔들은 자체 리빙 브랜드를 출시해 본격적으로 소비자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이불, 이불커버, 베개가 포함된 헝가리 사계절 구스 베딩 세트가 퀸사이즈 기준 149만원으로 상당히 높은 가격이지만 20대 고객이 가장 많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더조선호텔 침구류 구입 고객 중 20대가 40%고 30대까지 합치면 고객의 60% 이상이 20~30대”라며 “타 침구매장에서는 40~60대가 대다수인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호텔롯데도 ‘해온’ 브랜드 제품을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1층 오프라인샵과 자사몰, 롯데온에서 판매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연평균 매출이 21%씩 늘었다. 워커힐도 지난해 7월 ‘스위트홈 바이 워커힐’을 론칭한 뒤 1년간 매출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침구류 구입이 부담스러운 1인가구나 사회 초년생들을 겨냥해 샤워가운, 수건, 디퓨저 등 호텔별로 ‘스몰럭셔리’ 라인도 채우는 중이다. 더조선호텔의 경우 선물세트 구색용으로 타월과 샤워가운을 함께 선보였는데 이들 매출이 2021년 대비 올해 18% 늘었고 호텔롯데도 리빙용품 매출이 연평균 10%씩 증가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호텔들의 ‘리빙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생활용품은 호텔에 머물렀던 추억을 집에서 반복적으로 떠올리게하는 효과가 있어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단순히 오래 자는 것이 아닌 ‘잘 자는 것’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도 시장 확장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시장은 최근 10년 사이 6배 이상 커졌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호텔 침구류에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조만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거나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입 장벽도 존재한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객실 침구를 브랜드화해서 대중에게 판매할 때 적절한 제조사와 유통사를 찾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까지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고객 요청에 한해서만 침구류를 판매하거나 아예 판매를 중단한 사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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