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68)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서 전 실장은 이날 오전 9시 45분께 법원에 도착한 서 전 실장은 혐의를 어떻게 소명할 것이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씨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로 하고 관계부처에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이후 피격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도록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도 있다.
이날 법정 앞에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전해철·김영배·김병주·김의겸·문정복·윤건영 의원 등이 미리 대기해 서 전 실장을 맞았다.
전 의원은 "정부의 정책 판단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자료가 바뀐 것이 전혀 없는데 (이번 정부에서) 판단만 바뀌었고, 그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더욱 적절하지 않다"고 혐의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박 의원도 "서 전 실장은 이미 소환 조사에 응했고 원본 정보들이 그대로 윤석열 정부에 현존하기에 증거인멸 여지도 없다"며 "구속됐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기에 오늘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검찰 수사에 우려를 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서 전 실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어째서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니 건들지 말라고 하는지 분노스럽다"며 "(가족이) 무참히 살해당한 유족의 아픔을 재판부가 잊지 말고 정당하고 제대로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 전 실장의 심문은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심문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나 3일 새벽 나올 전망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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