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사 달린 문제"…파업 피해 소규모 무역업체 '발동동'

입력 2022-12-02 11:29   수정 2022-12-02 11:39



“대기업에선 거래처 한 곳 정도 잃어도 큰 타격이 없을 수는 있겠지만, 소규모 무역 회사에는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별다른 대응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임재혁 대성인더스트리 대표는 1일 통화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 파업이 8일째 지속되며 매출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을 토로했다.

임 대표는 “오는 4일 부산항 북항 허치슨 부두에서 필리핀으로 출항해야 하는 물건이 담긴 컨테이너가 현재 감만부두에 묶여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기간 내에 물건을 싣지 못하면 (수출대금에 해당하는) 16만달러(약 2억원)를 고스란히 받지 못하게 될 처지”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필리핀에선 오는 20일부터 연말까지 보름 이상 크리스마스 연휴가 예정돼 있어 시한이 더욱 촉박해졌다. 그는 “20일 전까지 현지 항구에 물건이 도착해 통관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부두에 적체돼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백만 원의 보관료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손해배상은 누가 책임질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 대표는 “거래처와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핵심인데, 수출선이 죄다 끊길 판”이라고 덧붙였다.

적시 선적?출하가 생명인 무역업계에선 파업으로 인한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주요 산업단지가 파업 차량들로 봉쇄되면서 산단으로의 납품이 멈췄고, 냉동 생선이나 김치 등 신선도 유지가 필수적인 물품들이 대량으로 폐기되고 있다. 7만여 무협 회원사의 지역별 대표 단체인 전국 지역기업협의회는 “지난 6월에 이은 연쇄 파업으로 ·기업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2일 오전 8시까지 한국무역협회 ‘수출물류 비상대책반’에는 총 48개 기업이 84건(중복 선택 가능)의 피해 우려를 신고했다. 대성인더스트리와 같이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선 단절 우려가 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물류비 증가 23건,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 중단 20건,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로 인한 물품 폐기 3건 등이 접수됐다. 무협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대부분 접수 내용이 ‘우려’ 또는 ‘피해 예상’ 단계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직접적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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