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만성피로, 신경성 두통 등 현대 의학으로도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는 증상들이 있다. 정신과 의사인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는 이를 비정상적인 동작이나 행동이 자주 일어나다가 마침내 신체에 ‘고착’된 것이라고 말한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신체 증상으로 ‘전환’된다는 이론에 따라 종종 ‘전환 장애’로 일컬어지기도 한다고 전한다.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를 쓴 샌트하우스는 20여 년간 수천 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책에 녹여냈다. 내과 의사 출신인 저자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신체검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으며, 질병의 심리적인 측면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마음속 결핍을 채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돼 정신과 의사로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18개월 동안 전문의 6명을 거쳤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정신과를 찾았다. 저자는 환자와 대화한 뒤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고, 환자는 항불안제를 복용한 지 8주 만에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게 됐다.
저자가 내놓은 해법은 간단하다.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 역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치료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고민하지 말고 그 병이 어떤 사람에게 생기는지 고민하라.” 영국 의학자 윌리엄 오슬러의 말처럼 이 책은 진정 ‘사람을 위하는’ 의학이 무엇인지, ‘좋은 의료’로 가는 길은 무엇인지를 제시해준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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