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벼랑 끝 대치’로 국회가 올해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선(先) 예산안 처리, 후(後) 국정조사 시행’에 합의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카드를 새로 꺼내들면서 예산안 협상이 후순위로 밀려난 결과다. 169석의 거대 야당이 ‘윤석열표 예산’은 대폭 칼질하고, ‘이재명표 예산’은 대거 되살리면서 여야의 협상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국회에 예산 심의·의결권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권을 빼앗긴 야당이 마치 정권을 잡은 듯 독주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보고하려던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미 물러났어야 할 장관 한 명을 지키고자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마저 어기고 기약 없이 멈춰 서면 국민 상식에 부합하겠느냐”며 “예산안도 민생법안도 여당의 ‘이상민 방탄’에 멈춰 섰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안 발목 잡기는 결국 ‘대선 불복’이라고 반격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경제와 민생 회복을 하루라도 앞당기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이용해 정부 예산안을 마구 칼질하는 탓에 도저히 시한을 맞출 수 없었다”며 “국민 뜻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새로이 출범했음에도 아직도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는 듯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간판 공약’이던 지역화폐 관련 예산도 비용 투입 대비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 예산안에서는 빠졌지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000억원이 되살아났다.
여야는 이날 오후 김 의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정책위원회 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5일까지 예산안 감액·증액 및 예산부수법안에 대해 협상하고 남은 쟁점은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벌여 정기국회 내에 예산 심사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고재연/이유정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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