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여야의 첨예한 대치 속에 결국 국회 처리 법정시한(2일)을 넘겼다.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다 나라 살림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일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이날 열기로 여야가 합의했던 본회의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는 김 의장 중재로 사흘 연속 회동했지만, 이른바 ‘윤석열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기일이 지난달 30일로 종료되면서 공은 비공식 협의체인 ‘소(小)소위’로 넘어갔다.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2차관, 예산실장 등이 참여하는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기구다. 비공개로 열리는 데다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아 ‘밀실 심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부 의원이 지역구 예산을 챙기려고 소소위에 은밀히 접촉해 이른바 ‘쪽지 예산’을 밀어 넣는 구태가 벌써 재연되고 있다.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을 예산안 처리의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문제까지 맞물려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준예산은 12월 31일까지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편성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경우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증액은 포기하고, 꼭 막아야 할 예산만 감액하는 수정안 처리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날 처리가 불발한 이 장관 해임건의안도 9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 제정된 뒤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두 차례(2014·2020년)에 불과하다. 김 의장은 이날 “헌법이 정한 처리시한 내 나라 살림 심사를 마치지 못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유정/고재연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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