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태블릿 PC '갤럭시탭' 시리즈의 출고가를 일제히 인상했다. 전자업계에서 기존에 출시된 구형 기기 가격을 올라가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다. 태블릿 시장의 역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시리즈의 자급제 모델과 통신사 모델의 출고가를 10만원~20만원가량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프리미엄 라인업 갤럭시탭S 시리즈를 비롯해 갤럭시탭 FE(팬에디션), 갤럭시탭A 등 전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히 올해 출시된 갤럭시탭S8 울트라 모델은 가격이 22만원 뛰어 인상 폭이 가장 컸다. 갤럭시탭S8 512GB는 기존 190만8500원에서 212만8500원으로 올랐다. 삼성전자 태블릿 제품 가격이 200만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모델 가격도 인상됐다. 갤럭시탭S8 플러스와 갤럭시탭S8 가격은 각각 14만9600원 올랐다. 이와 함께 갤럭시탭S7 FE은 11만원, 갤럭시탭S6 라이트와 갤럭시탭A7 라이트, 갤럭시A8 등은 10만원 안팎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가격 인상에 높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사가 신제품 출시와 함께 구형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경우는 흔하지만, 구형 제품의 출고가를 일제히 인상하는 건 이례적이다.
실제로 모바일 제품에 탑재되는 부품 가격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삼성전자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가격은 1년 전 대비 80% 급증했다. AP는 모바일 기기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뜻한다. 카메라 모듈 가격은 10% 증가했다.
높은 환율과 IT 기기 수요 부진도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대외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가격 인상 압박이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일본에서도 삼성전자는 갤럭시 탭S8 시리즈를 비롯한 갤럭시탭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태블릿 출하량은 3532만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6.2%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특수'로 태블릿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던 2020년 4분기(5280만대)와 비교하면 33.1% 감소했다.
애플 역시 최근 태블릿 PC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애플이 최근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는 전작 대비 최대 60만원이 인상돼 출시됐다. 지난 3월 출시된 아이패드 에어 5세대 모델은 최대 30만원, 지난해 11월 출시된 아이패드 미니는 최대 20만원 뛰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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