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스크 투혼'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이 3일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마스크를 벗어 손에 들고 뛰는 또 한 번의 투혼을 보여줬다. 지난달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에서 안와골절을 당했던 손흥민은 마스크를 벗고 뛴 이유에 대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이날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과 포르투갈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전을 승리로 이끈 뒤 취재진과 만나 "사실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손흥민은 "이제 수술한 지 한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뼈가 붙는 데는 최소 석 달은 걸린다"며 "이제 실처럼 살짝 붙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저는 이렇게 해야 하는 위치고 제가 좋아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은 "그 순간 벗었다고 이제 완전히 벗고 경기를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아직도 엄청난 위험 부담을 갖고 하는 것"이라면서도 "좋아진 상태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진영 골문 앞까지 쇄도한 뒤, 황희찬에게 '송곳 패스'를 건네 1도움을 기록했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부상의 여파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악플 테러'를 당하기도 했던 손흥민은 경기 후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손흥민은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선 "이 순간을 상당히 많이 기다려왔고 선수들이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너무 잘해줬고 오히려 주장인 제가 더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선수들이 커버해줘서 너무 고마웠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마스크 투혼이 16강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손흥민은 "그건 아닌 것 같다"며 "많은 국민들의 응원으로 한 발 더 뛸 수 있는 에너지와 힘을 받아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흥민은 본선 첫 상대로 브라질을 만나는 데 대해선 "16강 올라가는 게 저희한테 가장 큰 목표였고, 다가오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축구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저희가 며칠 동안 더 잘 준비해서 최선을 다해 또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이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2대 1로 꺾고 조 2위로 본선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포르투갈에 선제골을 허용했던 한국 대표팀은 전반 25분 김영권의 동점골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뒤, 후반 46분 교체 투입된 황희찬의 '극장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기적을 일군 한국은 오는 6일 G조 1위로 본선에 진출한 브라질과 16강전을 치른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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