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이에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Chcemy pokoju, dlatego szykujemy si? do wojny), K2 전차와 K9 자주포는 가장 현대적인 무기에 속합니다. 이들 장비로 폴란드는 침략자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것입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일 폴란드 그디니아 해군기지에서 진행된 한국산 무기 입고식에서 고대 로마의 유명한 전쟁 격언을 인용하며 이같이 연설했습니다. 이날 폴란드에는 한국서 배를 타고 출발한 K2 10대와 K9 24대가 처음 들어왔습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7월 말 한국 방산업체들과 K2 980대, K9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의 대규모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체결 후 약 4개월 만에 초도 물량이 현지에 도착한 것은 방산업계에서 대단히 이례적이란 평가입니다. 이같은 빠른 배송은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산 이유이기도 합니다. 폴란드는 2021년부터 독일로부터 레오파드2를 도입하려던 계획도 있었지만 현재 이 계획은 2027년까지 늦어진 상태입니다. 현지 군사 전문매체인 디펜스24는 "(독일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은 기술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빠르게 무기제품을 공급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과 폴란드의 군사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폴란드가 단순히 한국 무기를 도입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전차·자주포 등을 현지 생산하면서 자국 방산산업을 육성하려는 목표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 브와슈차크 장관은 바르샤바에서 열린 '방위산업 콘퍼런스'에서 "(폴란드 최대 국영 방산업체) PGZ이 K2PL(K2 전차 폴란드 버전), K9PL, (다연장로켓) 천무 관련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지분 가치가 63억 즈워티(약 1조8500억원)에 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유럽 내에서 한국 무기의 구매를 원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폴란드가 한국과 끈끈하게 관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체코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등 유럽 국가들 역시 자국 방산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원하고 있다"며 "유럽의 방산 '허브'로 도약해 제 3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폴란드로서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폴란드가 차후 구매 리스트에 담을 한국 무기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AS-21레드백' 보병전투차량(IFV)이 우선 꼽힙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형 레드백(PL21)에 폴란드가 자체 개발한 포탑을 탑재한 최종 사양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폴란드 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의 미하우 야흐 의원은 최근 “한국의 4.5세대 전투기 KF-21이 폴란드 개량형(KF-21PL)으로 폴란드 내에서 공동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9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2022 세계방산시장 연감'을 보면 한국은 최근 (2017~2021년) 세계에서 무기 수출을 8번째로 많이 한 국가가 됐습니다. 한국 점유율은 2.8%로 △미국(39%) △러시아(19%) △프랑스(11%) △중국(4.6%) △독일(4.5%) △이탈리아(3.1%) △영국(2.9%)에 이어 8위입니다. "한국은 2012~2016년보다 무기 수출액이 177% 증가한 성장률 1위 국가"라는 게 국기연 평가입니다. 이 속도라면 정부가 목표로 했던 '방산 세계 4강'도 가능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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