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사진)가 3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사실상 한국의 ‘16강 도우미’ 역할을 하자 장난기 섞인 농담의 집중 타깃이 됐다.
호날두는 이날 골 욕심을 부렸지만 마음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경기 내내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 보였고 교체 아웃되는 자신에게 조규성이 “빨리 나가라”고 하자 포르투갈어로 욕설을 하는 듯한 장면도 포착됐다. 다만 호날두는 “입 다물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옛 동료’ 박지성 SBS 축구 해설위원의 입담이 폭발했다. 박 위원은 한국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27분 김영권의 동점골이 터지자 호날두를 겨냥해 “정말 저한테 보답해주네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한국의 코너킥 상황에서 호날두의 등에 맞은 공이 김영권이 차넣기 좋게 흘러 어시스트한 셈이 됐기 때문이었다. SBS 유튜브 채널 ‘스브스스포츠’에 공개된 경기 후 중계진 담화에서도 박 위원은 “(호날두가) 기가 막힌 어시스트를 보여줬다. 10점 만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맨유 시절에 (호날두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내가 뒤치다꺼리를 많이 해줬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당시 호날두는 빠른 주력과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골잡이 역할을 했고, 박지성은 엄청난 활동량으로 필드를 뛰어다니며 공수 양면에서 헌신하는 선수였다.
현역이지만 카타르 월드컵 해설진(SBS)에 합류한 이승우도 “호날두 선수가 많이 도와줬다. ‘한반두’(한반도와 호날두의 합성어) 맞다”고 맞장구쳤다. 이날 SBS 중계진은 호날두가 교체 아웃되자 “오늘은 호날두가 뛰어주는 게 (한국에) 도움이 되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가 공개한 하프타임 담화 영상에서 안정환 MBC 축구 해설위원 역시 “(호날두에게) ‘땡큐’라고 하려다가 말았다”고 농담했다.
호날두는 1-1 동점 후 포르투갈이 공세로 전환해 우리 문전을 위협하던 장면에서도 X맨 역할을 했다. 전반 42분 강력한 중거리슛을 김승규가 쳐낸 공이 호날두 앞으로 떨어졌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호날두의 다이빙 헤딩슛은 골문으로 향하기는커녕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벗어났다.
마치 수비수가 위험지역에서 공을 걷어내는 모습처럼 보여 이천수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벌떡 일어나며 “호날두 아주 좋아”라고 기뻐했다. 함께 경기를 지켜보던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김용대도 “호날두가 다 도와주는데?”라며 반겼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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