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3년 반이 넘게 총장 직인이 아닌 환경운동단체 도장을 찍은 학생증을 발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학교 측은 지난달 한 학생이 민원을 제기한 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학생증의 직인 도장이 잘못 찍혀 나올 경우 대외적으로는 증명서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어 학생들 사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4일 서울시의회 박강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해당 대학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23일부터 올해 11월11일까지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의인'이라는 문구의 직인을 학생증에 넣어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은 1998년 창립된 환경운동연합의 지역조직 중 하나로 천안과 아산 일대 자연환경 모니터링, 탄소중립 촉구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2018년도에 학생증 디자인 변경 사업을 추진했다"며 "당시 용역 업체가 만든 디자인 시안에 예시로 들어간 도장을 확인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발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단체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학생증에 들어가는 직인 크기가 작아 맨눈으로 확인이 어려웠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학교에 매년 1700여 명의 신입생이 입학하는 것을 고려하면 5000명이 넘는 학생이 엉뚱한 직인이 찍힌 학생증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잘못된 직인이 찍힌 학생증이 총 몇 개 정도 배포됐는지는 각 과를 통해 파악하는 중"이라며 "외부에서 신분 확인 등을 할 때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주로 사용하고 학생증은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대학은 뒤늦게 학생증 디자인 교체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달부터 총장 직인이 찍힌 신규 학생증을 발급해 내년 2월까지 전면 교체할 계획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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