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스랜드도 경영권 분쟁…악재 시달리는 블록체인업계

입력 2022-12-04 18:00   수정 2022-12-05 09:08

국내 블록체인업계에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루나·테라 가격 폭락 사태, FTX 파산, 위믹스 상장폐지 논란 등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에 악재가 계속 터지는 모양새다.

4일 국내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 스타트업 리얼리티리플렉션의 주요 경영진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대표 해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겸 사내이사인 노정석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최근 손우람 최고경영책임자(CEO) 측에 내용 증명을 보내 임시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들은 리얼리티리플렉션이 개발한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모스랜드를 두고 갈등 중이다. 노 이사는 “모스랜드는 명백히 리얼리티리플렉션의 사업인데 회사와 주주를 배제하고 손 대표가 사실상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노 이사는 리얼리티리플렉션 전체 주식의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손 대표는 모스랜드의 생태계를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인 모스랜드재단을 설립하고 이사를 겸하고 있다.

손 대표는 “노 이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두 법인(리얼리티리플렉션과 모스랜드재단)은 법적으로 별개 기업이고 리얼리티리플렉션은 외부 협력사로 모스랜드 재단의 개발을 맡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모스랜드는 모스랜드재단과 암호화폐 모스코인 투자자의 소유라는 주장이다.

모스랜드의 모호한 사업 구조가 분쟁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당수 블록체인 기업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가상자산 사업을 시작하면서 별도의 비영리 재단을 세운다. 법적으로 다른 기업(재단)이 암호화폐를 소유·운영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모기업이 자회사 격인 재단과 법적으로 관련이 없다 보니 경영진 간 사이가 틀어지면 재단 소유권을 두고 갈등하기 쉬운 구조다.

2015년 설립된 리얼리티리플렉션은 창업 초기 삼성전자, 팬텍, 파이브락스 등 유명 대기업과 스타트업 출신이 모인 팀으로 주목받았다. 노 이사는 일곱 번 이상 창업한 연쇄 창업자이자 엔젤투자자로 업계에서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은 미국의 500스타트업, SK텔레콤, 카카오게임즈 등으로부터 투자받기도 했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은 가상현실(VR) 사업 등을 거쳐 2018년 메타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해 모스랜드에서 쓰이는 모스코인을 발행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상장시켰다. 모스코인의 시총은 약 336억원 규모다.

국내 블록체인업계의 경영권 다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올해 9월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 메타콩즈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사업 부진 등에 대한 책임을 두고 이두희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이강민 대표 및 황현기 이사 간 비방전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메타콩즈 역시 이달 말 이 대표 해임안을 두고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리얼리티리플렉션도 두 창업자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법정 공방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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