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에선 특히 그림자가 많이 사용된다. 법과 규정의 통제 범위 밖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주로 지칭한다. ‘그림자 금융’은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중앙은행 등 감독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회사들을 말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국내에서도 잇단 금리 인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부동산 펀드·신탁 등 부동산 관련 그림자 금융이 지난 9월 말 842조원(한국금융연구원 추산)을 넘어서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그림자 규제’는 법규 위반이 없는데도 공무원의 재량권으로 인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행정지도와 구두 지시 등으로 간섭하는 것이다. 세무당국과 규제 기관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아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경제’(지하경제), 그런 활동이 이뤄지는 ‘그림자 시장’도 있다.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는 북한의 ‘그림자 무역결제’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 업체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대북 수입업체와 수출업체 간 상호 결제를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액을 배럴당 60달러로 설정하기로 한 가운데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유조선 100척 이상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비밀리에 꾸리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이 때문에 노후 중고 유조선이 최근 국제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5일부터 가격상한제를 따르지 않는 해운사는 미국·유럽 보험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림자 선단은 원래 서방과 거래하지 않는 유조선들이라 제재의 영향이 없다. 러시아가 “서방이 정한 상한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하게 나오는 데에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