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내년 말까지 산유량 동결한다

입력 2022-12-05 02:21   수정 2022-12-05 02:22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원유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4일 결정했다.

OPEC+ 회의에 앞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약 8만원)로 하는 데 합의를 이뤘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이르면 5일부터 시행되며 주요 7개국(G7)과 호주, 한국 등도 동참한다. 러시아는 원유 감산이나 공급 중단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생산 목표량 변화 안 준 OPEC+
OPEC+는 이날 화상으로 정례회의를 열고 현재 원유 생산량 목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내년 말까지 유지된다.

이는 OPEC+가 지난 10월 회의에서 결정한 원유 생산량 목표치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10월 회의에서 OPEC+는 하루 원유 생산량 목표치를 직전 달보다 200만 배럴(세계 원유 수요의 약 2%) 줄여 4185만 배럴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OPEC+의 이번 결정이 예상 범위 안이었다고 평가했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EU의 러시아 원유 제재 등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OPEC+가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 2일 배럴당 85.57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산유국들이 원하는 수준(배럴당 90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OPEC+의 다음 정례회의는 내년 6월 4일 열린다. 올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렸던 정례회의가 이제는 1년에 2회로 줄어드는 것이다. 대신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가 두 달에 한 번 회의를 열고 필요시 정례회의 소집을 요청하기로 했다.

OPEC+는 지난 10월 회의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대폭인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해 당시 증산을 원하던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시행
OPEC+의 정례회의 다음날인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가 시행된다. 서방 국가들은 상한액인 배럴당 60달러를 초과하는 가격으로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해선 보험, 운송 등의 서비스를 금지한다.

EU는 지난 2일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러시아 우랄산 원유 시장 가격인 배럴당 70달러보다 10달러가량 낮은 수준이다. 미국을 비롯한 G7과 호주 한국 등도 EU가 결정한 러시아산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30달러 정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반발하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제재의 빈틈을 이용해 자국산 원유를 계속 수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림자선단’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가 계속 거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림자선단은 글로벌 정유사·보험업계와 전혀 거래하지 않는 유조선이다. 이들은 국제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 거래한다. 그림자선단은 일반 해상 보험을 이용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 낮은 중고 유조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위험 부담을 줄인다. 러시아는 유조선 100척 규모의 그림자선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고 유조선 거래 가격이 급등한 것이 그림자선단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고운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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