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따라 비용 천차만별
전기차, 살 때부터 차별이다. 가격과 사는 곳마다 보조금이 달라서다. 국가는 오로지 가격 기준으로 보조금을 주는 반면 자치단체는 재정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많이 주는 지역과 적게 주는 지역의 보조금 차액은 최대 900만원에 달한다. 어지간한 경상용차 한 대 가격이다.
구입 후부터 비용 차이는 충전속도와 주행거리에 기반한다. 운전습관, 기온 등의 영향도 있지만 충전속도와 주행거리 비중은 절대적이다. 먼저 충전속도는 완속, 급속, 초급속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며 충전속도가 빠를수록 비용도 증가한다. 반대로 비용 절감을 위해 완속을 활용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무사고를 전제로 할 때 정비 비용은 비슷하다. 전기차는 무거운 중량 탓에 타이어 소모가 많다. 20만㎞ 주행까지 보통 4회 가량 교환이 필요한 반면 내연기관은 3회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내연기관에는 엔진오일 등의 일반 정비 비용이 있어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전기차의 정비 비용 장점은 그리 높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이런 기준으로 산출하면 ℓ당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가 단연 경제성에서 최상이다. 같은 가격일 때 충전 문제도 없고 도심에서 효율도 높다. 최근 하이브리드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도 경제성과 편의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 욕구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차의 배터리 경제성은 불리한 항목 가운데 하나다. 무사고를 전제로 일반적인 분석은 20만㎞ 시점에 교체 비용 2,000만원을 포함시킨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총 소유비용에 2,000만원을 넣을 이유가 별로 없어서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행되는 승용자동차의 평균 차령은 15년이며 이때 주행거리는 20만㎞다. 전기차는 월평균 주행거리가 내연기관보다 900㎞ 많은 1,980㎞에 이른다(전력연구원, 2021). 따라서 전기차 주행거리만 보면 8년 후 폐차 시점이고 이때 추가 운행을 위해선 배터리 교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제기하지만 현실에서 교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전히 배터리 수명이 충분히 남아 있어서다. 40만㎞를 넘어 50만㎞를 넘긴 전기차도 나오는 등 내연기관 대비 오히려 내구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교체 비용을 넣지 않으면 전기차의 경제성은 하이브리드의 동등 수준에 도달한다.
그럼 전기차의 경제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보조금'이다. 보조금이 없으면 순식간에 경제성이 사라진다. 이때는 내연기관을 다시 타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다. 그래서 각 나라가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확산에 매진하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미국은 보조금을 무역장벽으로 삼았다. 미국 내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준다는 IRA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과 달리 경제성을 추가하는 항목이 하나 있다. 폐차할 때 나오는 배터리다. 엔진도 분해 후 필요한 부품은 소재부터 다시 사용하지만 배터리는 새로운 자원으로 인식한다. 내연기관차를 15년 타고 폐차할 때는 엔진도 고철에 포함시켜 가격을 매기지만 전기차는 배터리와 차체에 별도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차체는 고철이지만 배터리는 자원이어서 서로 가져가기 위해 애쓴다.
물론 현실에서 반납은 보조금을 지급한 자치단체에 하도록 돼 있지만 재사용 또는 재활용이 중요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자치단체가 모아 둔 배터리를 확보하려는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배경이다. 잔존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 폐배터리 경제성에 화폐 가치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박재용(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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