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5일 16: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다음 달 1조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가운데 공모 업무를 맡은 주관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7개 증권사가 주관사단에 합류한 데다 인수 수수료율이 업계 최저 수준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다음 달 31일 주당 발행가액 13만원 기준으로 신주 850만주를 발행해 총 1조1050억원을 조달한다. 최종발행가액은 다음 달 17일 결정된다. 이 회사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다음 달 19~20일 청약받고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같은 달 26~27일 일반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오랜만에 나오는 대형 딜을 수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인수 금액이 조 단위일 경우 수수료 수입이 수십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이 7개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증권사 1곳당 돌아가는 수익은 예상보다 줄어들게 됐다.
수수료율도 발행액의 0.4%(40bp)로 업계 최저 수준으로 책정했다. 올해 2월 비슷한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수료율(0.6%)보다 0.2%포인트 낮다. 최근 3년간 1조원 이상 공모한 발행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0.5%다.
주관사단은 총수수료로 44억2000만원을 받을 전망이다. 이를 KB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등 7개 사가 나눠 갖게 된다. 인수물량이 가장 많은 KB증권과 삼성증권이 7억2000만원가량을 수령할 예정이다. 인수물량이 가장 적은 유안타증권의 수수료 수익은 약 5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도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2015년 회사채 발행 당시 0.09%의 수수료를 지급해 증권가의 빈축을 샀고 이듬해 0.1%로 소폭 올렸다. 최근에는 회사채 발행 수수료율을 0.13%로 올렸지만, LG, SK 등 주요 대기업의 수수료율(0.15~0.30%)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짠돌이로 유명한 롯데그룹에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그룹의 자금 압박이 커진 상황이어서 주관사들의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주관사 선정 때 대형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만 배제해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의 둔촌주공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을 한국투자증권이 거절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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