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취임 전 국민의힘을 앞섰던 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역전당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생활수준 상위권과 하위권의 동반 지지율 하락세가 눈에 띈다. 이 대표가 그간 '민생'을 강조했지만 그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커진 데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을 옹호하는 민주당 기조에 서민과 부자가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활수준별로 '상' 및 '중상'과 '하'의 민주당 지지율 낙폭이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은 응답자의 생활 수준을 '상·중상·중·중하·하' 등 5단계로 나눠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주간 여론조사 발표 시 표본상 이유로 상과 중상은 합산한다. 생활 수준 데이터는 응답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소득이나 자산 등 구체적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경제적 배경에 따른 지지율 추이를 파악하기에는 유용한 지표로 평가된다.
이 대표 체제 후 민주당 지지율은 생활수준 '상·중상'(10%포인트 하락)이 가장 많이 빠졌고, 이어서 '하'(9%포인트 하락)가 그다음으로 낙폭이 컸다. '중하'는 3%포인트 내렸고, '중'은 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이 기간 '상·중상'에서 4%포인트 오르고, '중하' 3%포인트, '중' 2%포인트, '하' 1%포인트 각각 하락에 그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지난 약 100일간 민주당의 지지율은 남녀 모두 각각 3%포인트 내렸고, 20대(9%포인트 하락)와 30대(7%포인트 하락)는 물론 핵심 지지층으로 꼽혀왔던 40대(9%포인트 하락)까지 젊은 층 지지율 낙폭이 컸다. 반면 국민의힘은 30대에서 50대까지 지지율이 상승했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5%포인트 하락), 중도(4%포인트 하락)뿐 아니라 진보에서도 7%포인트나 빠져 가장 하락세가 컸다. 이 중 40대와 진보층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핵심 지지층 이탈도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이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어느 때보다 민생 경제가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 정권은 무능, 무책임, 무대책으로 민생경제 파탄, 국민 안전 위협, 민주주의 퇴행, 한반도 평화 위기를 자초했다"면서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새 지도부 취임 후 100일간) 국민 우선, 민생 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해 왔다고 자부한다"면서 "시급한 민생 중점 법안을 처리했다"고 자평했다. 따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는 범죄 혐의를 회피하기 위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조차 못 하는 것이냐"며 "이 대표의 100일 동안 민생(民生)은 없었고, 이생(李生)만 있었으며, 민주(民主)당은 없었고 이주(李主)당만 있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심은 정부와 여당의 편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률은 2주째 올랐다. 여당은 6주 만에 민주당을 제쳤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포착됐다.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주째 올라 38.9%, 부정 평가는 58.9%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긍정 평가가 40%에 가까워지고 부정 평가가 50%대로 내려온 것은 약 5개월만이다.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은 전주와 비슷했지만, 국민의힘은 2주째 상승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화물연대 등 노동계 투쟁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 소멸, '김앤장'(민주당 김의겸·장경태 의원)에 이은 '더탐사' 보도 논란 등을 상승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업무개시 명령' 등 원칙적인 대응이 긍정 평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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