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은 바이올린, 대금은 오보에…'조선의 오케스트라'

입력 2022-12-05 18:02   수정 2023-04-27 13:25


조선에도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등 국가적 행사인 제례에서 연주된 음악은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다양한 국악기를 대규모로 편성해 합주했다. 서양식 검은 정장 대신 우아한 한복을 입고 무대에 등장하는 우리식 오케스트라인 셈이다.

서양 관현악 구성과 비슷한 오늘날의 국악 관현악은 비교적 최근에 탄생했다. 조선 후기 서양음악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서양식 관현악 개념이 자연스레 들어왔다. 이후 근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국악기도 비슷한 형식으로 합주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1965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사진) 창단을 계기로 이러한 시도가 본격화했다. 국악기만으로 편성하거나 개량 국악기, 일부 서양 악기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국악 관현악 악기들은 서양 오케스트라 악기와 대응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소 차이가 있다. 대표적 현악기로 꼽히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역할을 하는 국악기는 각각 가야금 거문고 아쟁이다.

가야금은 바이올린과 마찬가지로 소리가 높고 화려해 오케스트라의 주선율을 담당한다. 가야금의 현을 뜯고 튕기면서 빚어내는 멜로디는 바이올린의 미끄러지는 듯한 선율보다 때로는 산뜻하고, 때로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기존의 12현에서 줄 개수를 늘려 17현, 22현, 25현 등으로 개량해 보다 섬세한 음을 내기도 한다. 음역이 낮고 수수한 음색의 거문고는 비올라와 비슷한 역할이다. 아쟁의 묵직하고 호소력 있는 저음은 첼로의 음역대와 유사하다.

관악기 가운데 대금은 가로로 부는 모습이 플루트와 비슷하지만 실제 역할은 오보에와 더 닮았다. 서양 오케스트라에선 단원들이 음을 조율할 때 오보에가 기준음이 되는 ‘라(A)’ 음을 불어주는데, 국악에서 이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대금이다. 대금의 음역대가 넓고 음의 높낮이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쨍하고 강렬한 소리를 내는 피리는 사실상 서양의 금관악기 역할을 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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