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유출' 前 코닝정밀 직원들…무죄 판결 2년만에 '유죄'로 뒤집혀

입력 2022-12-05 18:10   수정 2022-12-06 00:31

중국에 영업비밀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코닝정밀소재(옛 삼성코닝정밀소재) 직원들이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로 인정받았던 원심판결이 뒤집히면서 기소된 지 6년 만에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형사4부는 전 코닝정밀소재 직원인 A씨와 B씨에 대해 무죄 및 일부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데 불복해 검찰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다. A씨에게는 징역 2년, B씨에게는 벌금 200만원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됐다.

두 사람은 2013~2016년 코닝정밀소재의 액정표시장치(LCD)용 기판유리 제조에 관한 각종 영업비밀을 중국 동욱집단유한공사에 넘겨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코닝정밀소재에서 일하다 2013년 동욱집단유한공사로 이직한 A씨는 그해부터 2016년까지 코닝정밀소재의 기판유리 제조 공법을 보여주는 설계도면 9개 등 14개 영업비밀을 동욱집단유한공사에 직접 알려줬다. 2013~2014년에는 영업비밀이 담긴 문서를 통역인을 통해 전달하는 식으로 78개 영업비밀을 빼돌렸다. B씨에게는 코닝정밀소재에서 근무하던 2014년 회사의 유리 절단공정에 필요한 수치를 A씨에게 알려줬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코닝정밀소재가 장기간 투자해 개발한 ‘퓨전(Fusion) 공법’과 관련한 성형기계 도면과 여러 수치 등을 유출해 코닝정밀소재에 피해를 줬다고 봤다. 퓨전 공법은 녹인 유리 용액을 수직으로 낙하시켜 냉각하는 기술이다. 코닝정밀소재는 이 공법으로 만든 LCD용 기판유리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에 판매해왔다. 지난해 매출 1조5262억원, 영업이익 1768억원을 냈다.

수사를 맡았던 대전지방검찰청은 2016년 11월 영업비밀 국외누설(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들을 불구속기소했다. 하지만 1심을 담당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2020년 2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전지검은 곧바로 항소를 제기하고 증거 보완에 나섰다. 추가 수사를 통해 영업비밀 누설 시기와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했고, 영업비밀이 동욱집단공사의 기존 라이선스 계약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을 밝혀내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이 같은 내용을 앞세워 2심에서 판결을 뒤집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해내면서 기술 유출범죄 수사에 힘을 실을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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