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 한 말이다. 네덜란드 ASML, 독일 BMW 등을 돌며 치열한 경쟁 현장을 목격한 이 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주력 사업에서 기술 기반 경쟁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위기 돌파의 핵심 동력으로 ‘초격차 기술’을 꼽은 것이다. 이 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은 5일 발표된 정기 사장단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남 사장은 연세대 요업공학과 출신으로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에서 일했다. 삼성전자 최고의 공정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라인 설계, 전력 계통 운용, 품질관리 등 반도체 관련 인프라를 담당하는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로 부임해 생산 효율성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 사장은 1996년 서울대 반도체공학 박사학위를 따고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주로 메모리사업부에서 낸드플래시 개발을 담당했다. 2020년 플래시개발실장을 거쳐 지난 6월 반도체연구소장에 임명됐다. 송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직할 정도로 기술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을 이끈 기술인재들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에 들어온 이후부터 상품전략, 차세대사업 개발, 전략마케팅 등 기획과 전략 관련 업무를 두루 맡았다. 직전 보직도 전략마케팅팀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 사장에 대해 “차세대 통신 중심의 네트워크 비즈니스 기반을 공고히 하고 사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리서치장을 맡았던 승현준 사장은 삼성리서치 글로벌R&D(연구개발) 담당으로 이동했다. 승 사장은 프린스턴대 교수 출신의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분야 석학으로, 이 회장이 2018년 직접 영입한 인재다. 글로벌R&D 담당으로 임명된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주요 대학 및 선진 연구소와의 R&D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우수인재 영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진 인사와 별도로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스템LSI, MX(모바일경험), DA(생활가전), VD(영상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부의 사장급 이상 사업부장들은 모두 유임됐다. 이들은 기술 엔지니어 출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준비를 위한 인사”라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고객 중심의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배성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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