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화물운임은 크게 상승했지만, 차주들조차 운행 안전 개선 효과는 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박민영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화물운송시장에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반시장적 제도에 불과합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관련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안전운임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가가 보장해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최저소득까지 보장해달라는 건 경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정만기 부회장은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영구화 요구에 대해 “집단이기주의의 발현”이라며 “최저소득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자원 배분이 이뤄지는 경제 원칙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안전운임 산정 방식이 불공정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매년 협상을 통해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는 화주 대표 3명, 운송사 대표 3명, 차주 대표 3명, 공익위원 4명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실질적으로 운송사와 차주의 이해관계가 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주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민영 교수도 “차주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설문 형식에 기반한 가격 산정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화주그룹과 차주그룹 간 대립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 고물가 상황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큰 가운데 물류비만 급격하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당시 기대했던 안전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교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한국교통정책경제학회와 전문 리서치기관이 233개 화주 기업과 503명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제 시행 전·후 차주의 업무 환경이나 근무 행태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 자료를 봐도 도로 교통의 안전 수준이 과거 대비 개선됐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도 “시장 경제 관점에서 무리한 정책이 ‘안전’ 이슈로 둔갑해 도입된 것”이라며 “3년간 시행한 결과 기대했던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시행 3년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1.5% 감소한 반면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사업용 특수차(견인형 화물차) 사고 건수는 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운임이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산정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공익위원 수를 늘리고, 공급자 측과 수요자 측 위원을 동수로 맞춰야 한다”며 “원가 항목 선정과 운임 선정도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주 대상 교통안전 교육 의무화도 병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규정돼 있는 화물차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이사는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생긴 시멘트 적재량 제한 때문에 차량 수가 10% 이상 부족해졌다”며 “차주들의 독점이 가능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물차의 추가 공급을 막고 있는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거나 등록제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제시한 ‘3년 연장안’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정 부회장은 “안전운임제 폐지를 통해 독과점 구조를 깨는 것이 답”이라며 “애초 법 취지대로 올해 말까지 일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정부 차원에서 화물운임을 정하고, 화주를 처벌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시장 경제에 역행하는 ‘갈라파고스적’인 제도로 인해 물류 업계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혁신은 가로막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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